한국은행이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이 다방면으로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시장 금리가 급등한 데다, 실물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시장
한은은 지난 7월부터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금융권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장성 상품 금리의 금리가 최근 2개월새 크게 올랐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양도성계금증서(CD), 금융채권 등을 포함한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는 8월 3.15%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 올랐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4.3%로 8월 중에만 0.65%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예금 및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CD 금리는 지난 9월 금통위 이후 0.19%포인트나 급등해 1일 현재 2.76%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월 중에는 0.16%포인트가 올랐다. CD 금리가 오르면 금융상품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실제로 지난 8월 대출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61%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고금리 예금·대출 상품을 팔던 지난해 4분기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기예금 등을 포함한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금융채 포함)는 연 3.07%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예금 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월(3.25%) 이후 6개월 만이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상승분이 선반영 돼 있어 한은이 가시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정부의 입장과 상충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어 당분간은 아나운스(발표) 효과를 노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춤한 경기회복세도 금리 인상의 '걸림돌'
최근 2~3개월새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누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줄었다. 올 들어 7개월 동안 이어온 상승세를 마감한 것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지수도 77.6%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취업자수는 236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0명 느는데 그쳐 경기 동·후행 지수 모두 정체되는 모습이다.
소비심리지수(CSI)는 전월과 같은 114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123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올 1, 2분기 빠르게 회복되던 경기가 그동안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지만, 실물 회복세가 둔화하자 CSI도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효찬 삼성경제 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당초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를 보고 동결로 입장을 선회했다"며 "상반기 정부의 재정지출 덕택에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그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 통화 '완화'를 '긴축'으로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9월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목표인 2.5~3.5% 이내인 2.8%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 의지 여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이달 금통위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한은이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강도 높은 의지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그동안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금융·경제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이라며 "자산가격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다시 한번 나타냈다.
한은은 지난달 '주택대출 수요 지수가 30에 육박해 지난 2005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등 주택담보대출과 집값 등에 대해 수개월간 경고성 목소리를 내왔다.
한은은 또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내수부진이 완화되고 수출도 호전돼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세를 잇는 등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한은의 의지를 꺾으려는 외부의 압박이 거세 한은으로서는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 회담에서 출구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 및 폭에 대해 외부의 의견을 일정 부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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