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깊어지는 방통위-통신업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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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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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정부의 눈치 보랴 회사 내부 분위기 파악하랴 정말 죽을 맛입니다."

A통신사 대외협력팀에서 대관업무를 맡고 있는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는 요금인하와 투자확대 등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요금인하를 단행했는데 국회와 정부에서 추가적인 인하 요구가 나오자 방통위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방통위 국감에서 SK텔레콤이 내년 3월부터 도입키로 한 1초당 과금체계에 대해 "시차의 문제이지 결국 모두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KT와 LG텔레콤의 초당 요금제 도입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KT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우식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초당 과금제 도입 대신 합병효과와 기술혁신 성과가 요금인하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초당 과금제 도입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KT는 이미 요금 개선안을 통해 충분히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요금인하를 단행했는데 초당 과금제 등 추가적인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요금인하 문제와 함께 와이브로(WiBro)·인터넷TV(IPTV)의 투자 문제로 방통위와 통신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전국망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연말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KT와 SK텔레콤 등 와이브로사업자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와이브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수조원이 소요되는 전국망 구축을 단행할 경우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여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방통위의 IPTV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갈등 확대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방통위 국감에서 청와대와 방통위가 IPTV 활성화를 위해 통신사에 관련 협회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방통위에서 파견된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의 행정관이 지난 8월 초 통신사 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 250억원 규모의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방통위는 "기금 출연을 압박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통신업계에서는 국감 전부터 거액 기금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외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투자 압박에 대해 통신업계가 일침을 놓기 위해 기금 출연 압박을 고의로 흘렸다는 후문도 들린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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