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생명보험사 1호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동양생명이 상장 첫날 체면을 구겼다.
8일 동양생명은 공모가 1만7000원보다 -7.65% 낮은 1만5700원으로 장을 시작해 -9.87% 떨어진 1만4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외국인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모건스텐리는 66만주 매도하며 가장 많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업계는 최근 증시 약세와 함께 동양생명 주가 급등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진단이다.
최근 국내 증시 자체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동양생명의 낮은 유통주식비율과 손보주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
코스피는 이날 전날대비 17.46포인트(1.09%) 올라 1615.46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45%나 급감하며 하락 폭을 키웠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연중 고점 1718.88포인트를 기록한지 한달도 안돼 -7.03% 낮아진 수치다.
올해 연초 증시 상승 분위기와 맞물려 새내기주가 이른바 '대박'을 내던 때와는 증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실제 지난 7월부터 10월 현재까지 약 3개월 동안 새내기 주 16개 가운데 상장 첫날 공모가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한 예는 5개사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상승탄력이 주춤해진 탓에 신규상장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며 "증시 상황 악화도 주가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모가 자체도 5개 손보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인 1.9배과 비교했을 때 동양생명은 2.6배로 약 25% 고평가 됐다"며 "벤치마킹 지수로 손보사만 따져봤을 때 동양생명 주가는 1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주식 물량이 적은 것도 공모가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실제 동양생명의 유통주식수는 전체주식수 대비 29.7%에 불과하다. 동양종금증권 등이 보유한 물량 7.2%는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 우리사주 물량 5% 이상은 1년간 의무예탁, 최대주주 등 물량 64.2%는 6개월간 매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위권 손보사 수준 시총규모에도 불구하고 약 75% 해당하는 매물이 시장에 출회되지 못한다는 점은 6개월 이후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요예측 결과 국내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이 감소했다는 점과 코스피내 비중이 0.22%로 신규편입 수요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격 급등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장 생보사 1호로서 향후 프리미엄은 기대할만 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손보사의 재평가도 기대된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 등 타 생보사도 상장 의지를 밝히고 있어 상장 1호사로서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다"며 "생보사는 손보사대비 준비금(계약자에 대한 부채)이 대차대조표에 머무는 기간이 더 길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 마진이 더 높기 때문에 2위권 손보사 보다도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향후 동양생명 가치가 높게 유지된다면 저평가돼 있는 2위권 손보사도 재조명 받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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