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건설사와 조합들이 분양가를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고분양가 논란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서울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흑석뉴타운에서 청약중인 한 아파트단지의 분양가는 지난 6월 분양가 보다 3.3㎡당 약 200만~300만원 높게 책정됐다. 아현뉴타운도 신규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정도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분양가 인상 움직임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데다 미분양 사태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동작구 본동 5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하는 '래미안 트윈파크'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대다.
이는 동부건설이 지난 6월 선보인 흑석뉴타운 5구역 흑석센트레빌 분양가(3.3㎡당 1803만~2123만원)보다 평균 200만~300만원 높게 책정된 것이다.
회사와 조합측은 한강조망권, 브랜드 가치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 회사가 이날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공덕5구역 일반분양 아파트 38가구의 분양가도 3.3㎡당 평균 2230만원대다. 151㎡(45평)의 분양가는 3.3㎡당 24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일대 아파트 시세는 3.3㎡당 평균 2000만원도 안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물산이 흑석뉴타운에서 분양가를 올리자 같은 지역에서 분양 예정인 동부건설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동작구 흑석 6구역을 재개발해 총 767가구(공급면적 81~175㎡) 가운데 179가구를 11월 일반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를 조정(인상)하고 싶지만 같은 지역, 같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가운데 올해 1차 분양 성적이 좋았던 사업장에서는 2차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사업장도 있다. 역시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수원 권선구에 총 6594가구의 수원아이파크시티 중 1차로 1336가구를 분양, 경쟁률 2.7대1을 기록했다.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차 분양은 내년으로 미룰 예정이다. 상한제가 폐지되고 나면 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임직원들도 1차 분양 당시 "2차 물량의 분양가격은 1차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높아 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택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 인상 움직임에 대해 "시장이 되살아 났고, 상품이 잘 팔리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고분양가가 아닌 정당한 시장원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양가 인상 분위기가 내년 2월11일 시한인 양도소득세 특별감면 기간이 만료되면 또 다시 미분양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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