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12월 '제2의 대란설'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대다수의 건설사가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주단에 가입한 중견사의 상당수가 12월부터 만기도래 대출분의 상환 압박이 시작된다. 게다가 연말 자금수요가 일시에 몰린다.
15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금난을 겪고 있던 건설사 중 약 30여곳이 건설업 지원프로그램인 대주단에 가입, 대출상환기간을 1년간 연장 받았다. 이 중 1개 건설사가 지난해 11월말 가입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지난해 12월 가입해 연장된 대출만기가 1년이 지난 다음달 돌아온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대형 건설사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아직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대출상환이라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대주단의 건설사에 대한 만기대출이 추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하도금 대금 등 연말 자금수요와 맞물려 현금 부족 등 유동성 위기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제1은행권 대출을 12월 상환해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안될 경우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할 판"이라며 "내년 초 분양예정인 아파트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경영상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실제로 건설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37개 상장건설사의 현금성 자산은 7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58.6%인 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분의 약 90%가 현대건설 등 6개 대형사에 해당된다. 중견건설사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건설업체들은 현재의 상황이 경기호전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증가한 건설수주가 대부분 민간부분이 아닌 공공부문에 한정된 점이 뒷받침해준다.
건설업계 B사 관계자는 "정부가 상반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SOC 물량을 대거 늘리고 자금도 선집행하면서 건설사들이 일시적 위험은 모면했지만, 민간공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주택건설사의 유동성위기의 진원지인 미분양물량이 줄지 않는 등 실제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제1금융권은 내년 경기불확실성을 들어 최근 중대형 건설사에 대한 돈줄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금융권이 PF사업장에 대해 금리를 높이거나 여신을 줄이면서 신규개발사업뿐 아니라 진행중이던 건설사의 사업이 상당 수준 진행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주택 미분양률도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작년말 16만 가구에 비해 3만 가구 감소한 12만6000가구지만 이는 외환위기인 IMF 당시보다 심각한 준공 후 미분양이 많아 건설사들의 유동성 압박은 여전하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소진이 안되면서 공사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만기가 12월 중에 끝나는 건설사들은 발등에 붙은 불을 꺼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 'B등급 건설사'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시공능력 37위의 현진과 신창건설이 예상치 못하게 부도를 맞으면서 차라리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채 발행도 BBB급 이상 등급 가운데 선별적으로만 가능한 데다 금융권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C건설사 임원은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내년 2월까지인 대주단 협약을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또 "정부가 대출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중소건설사들은 사채시장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아랫돌을 빼내 윗돌을 막는 겪이 될 것"이라고 부실위험을 경고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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