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줄도산하던 미국 기업들의 파산 행렬이 주춤하고 있다. 부실기업들이 채권발행과 부채만기 연장을 통해 자금난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해 향후 부실 뇌관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지난해 말과 올 초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 기업의 파산보호 신청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장 대기업 중 지난 9월과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각각 3곳과 6곳으로 지난 3월 16개 업체가 파산보호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신용평가사들도 부실기업에 대한 부도율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올 1월 말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는 이른바 '정크' 수준인 투기 등급 기업의 부도율이 16.4%에 달하고 내년 초에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무디스는 최근 부도율이 이달 13.6%를 정점으로 1년 뒤에는 4.4%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실기업들의 자금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투기등급 기업들이 올 들어 새로 발행한 채권 규모는 123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발행된 48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마크 샤피로 바클레이스캐피털 채무조정 부문 대표는 "6개월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투기등급 기업들이 고위험 고수익 채권을 발행하는 하이일드마켓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기업들의 일시적인 자금 수혈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도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거나 신청해야 할 처지에 놓인 주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견 지방은행인 캡마크파이낸셜과 미국 최대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 CIT를 비롯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장 대기업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5곳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실기업의 자금압박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중 금리가 낮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회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중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회사채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FTI컨설팅의 도미니크 디나폴리는 부실 기업들이 5년 안에 만기를 맞게 되는 채권 및 융자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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