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맹과니'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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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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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반 동안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에게 초과 징수한 대출 연체이자가 1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미끼로 금융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꺾기' 관행은 여전했고, 보험사들은 오류가 있는 경험생명표를 사용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감사원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감사를 벌인 결과 드러난 사실들이다.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이,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원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돈잔치'를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퇴직자들이 낙하산을 타고 금융권에서 한 자리씩 차고 앉는 것도 모자라 금감원은 떠나는 이들에게 수천만원의 특별퇴직금까지 안겨줬다.

눈은 있으되 앞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따로 없다.

정부는 지난 1999년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을 금감원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출범 당시부터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보다 못한 정치인들이 금감원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발의했지만 금감원은 감독 기능이 분산될 수 있다고 볼멘소리다.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민원 상담 인력도 확충키로 했지만 뒤늦게 변죽을 울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조선시대 수양대군이 정변을 일으키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생육신이 있었다. 수양대군이 이들을 불러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청맹과니가 됐다는 핑계로 끝내 출사하지 않았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만 넘기는 것도 미덕이다.

청맹과니 행세를 계속할 심산이라면 550년 전 권력을 버리고 홀연히 떠난 생육신을 본받는게 어떨까 싶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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