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 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임시로 취했던 각종 비상조치들을 철회하는 '제한적' 출구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심리지수(CSI)가 상승세를 멈추는 등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경기회복 정도가 한풀 꺾이면서 출구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경기회복세 주춤…재정지출 효과 끝났다
빠르게 회복되던 시장 심리가 이달 들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BSI는 89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하며, 9개월 간의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3분기부터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해 보여주는 CSI도 113으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그동안 국내 경기가 정부의 재정 지출에 의존해왔지만,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자 경제 주체들의 체감 경기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분기 전자상거래 총거래액은 16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전기 대비 4.3% 각각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 전자상거래 총거래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1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는 3분기 기업·정부 간 거래액이 2분기에 비해 반토막 난 9조4210억원에 그치는 등 '곳간' 빈 정부의 발주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 산재한 악재…출구전략 수정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 4~5%. 윤증현 재정부 장관 4%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한국개발연구원(KDI) 5.5%. 삼성경제연구소 4.3%.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 각종 연구기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기대감이 한 풀 꺾인 데다 '두바이 쇼크'와 같은 돌발 악재까지 터지면서 경제성장률 회복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아직 장담할 수 없고, 고용 역시 오랜 기간 동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한은도 출구전략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으로 태도를 수정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으로 '금융위기 비상조치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보증확대 등의 임시조치들을 회수키로 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한은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중기물가목표를 이전보다 ±0.5%포인트 확대된 3±1%로 설정해 금리 결정에 여유를 뒀다.
이는 한은이 앞으로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보다 경기 흐름에 맞추겠다는 의미로,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었다.
지난 7~9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던 한은이 최근 글로벌 공조를 강조하고, 물가목표치를 확대함에 따라 당분간 저금리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와 관련된 부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어 정부와 한은이 임시조치를 섣불리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세계경제 흐름과 국제적 공조를 통해 출구전략 도입에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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