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를 계기로 2차 금융위기 뇌관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요 뇌관으로는 상업용 부동산과 소비자 신용,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 부채 등이 꼽히고 있다. 모든 뇌관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연계돼 있는 만큼 두바이 사태가 금융권에 미치게 될 파장이 가장 큰 변수다.
일단 국제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두바이 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국영 개발업체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킬의 채무 동결 방침을 밝힌 뒤 요동쳤던 국제 금융시장은 지난 주말 빠른 회복력을 과시했다. 유럽증시는 반등했고 미국 뉴욕증시도 낙폭을 좁혔다. 28일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맹주인 아부다비 정부가 유동성 지원방침을 시사하면서 안정세가 더 짙어졌다.
닷새만에 30일 개장한 두바이 증시가 폭락세로 출발하면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두바이 증시 DFM지수는 개장 한 시간만에 7%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두바이 증시가 상당기간 추락하며 국제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도 충격적이다. FSB는 국제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업 30곳을 추렸는데 상당수가 두바이에 거액의 자금을 대출해줬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작성한 명단에는 6개의 보험사 외에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HSBC 바클레이스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트스위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BNP파리바 등 24개 은행이 포함됐다. 에미리트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 중 HSBC는 두바이에 170억 달러가 물려 있다. 또 스탠다드차타드(70억7700만 달러) 바클레이스(30억5800만 달러) RBS(23억 달러) 씨티그룹(10억9200만 달러) BNP파리바(10억6900만 달러) 등이 두바이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두바이 정부의 채무 상환 유예 요청으로 금융시장 불안 요소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특히 두바이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한 국제공조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우선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금융권 자본만 3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호황기에 몰렸던 자금은 이제 온전히 빠져 나올 구멍이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 상업용부동산가격지수는 2007년 정점에 달했다가 최근 43% 떨어졌다. 2002년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로 지역 중소은행을 통해 이뤄져 대출 자산이 부실화하면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미국 지방 정부의 부채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방 정부 채권시장은 3조 달러 규모지만 디폴트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WSJ는 그러나 일단 디폴트가 선언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디폴트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 상승과 부동산가치 하락 탓이 크다. 세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본드바이어의 지방정부 채권 인덱스는 지난 9월 이후 3개월 새 5% 추락했다.
국가채무도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됐다. WSJ는 "문제는 국가 채무 디폴트 선언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신용시장과 주택시장도 위협 요인이다. 미국인들이 신용카드로 진 빚만 9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30% 이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를 짊어진 이들의 빚이다. 그만큼 디폴트 가능성이 크다.
최근 안정을 찾고 잇는 듯한 미국 주택시장도 여전히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전체 주택 보유자의 23%에 해당하는 1070만 명이 주택가격을 초과하는 모기지를 갚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대 700만 건의 모기지가 부실화해 이를 보유한 이들의 주택이 압류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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