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룡' 구글이 기사 퍼나르기를 자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구글이 온라인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 꼭지 수를 매체당 하루 5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퍼나르며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언론계의 비난이 반영된 조치다.
대립각을 곧추 세운 건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다. 그는 최근 구글을 '원천봉쇄'하겠다며 구글에서 자사의 기사를 삭제하겠다고 엄포놨다. 외신에는 머독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검색엔진 '빙(Bing)'에 뉴스를 단독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유료다.
와튼스쿨이 내는 온라인 경영저널 '날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 중문판은 최근 전통 매체들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 움직임을 인터넷 검색엔진에 대한 반격이라고 평가했다.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들이 콘텐츠 유료화에 나선 건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 지난달 30일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영국 지방 신문업계를 주도해온 존스턴프레스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재밌는 건 경쟁구도다. 인쇄매체들이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뉴스를 제공하며 이웃 매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검색엔진과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광고수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이 온라인 광고시장을 장악하자 인쇄매체는 지면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 광고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오는 2013년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 온라인 광고 비중이 13%(약 8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점유율이 4%(18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반면 신문광고 점유율은 2004년 28%에서 2013년 20%(920억 달러)로 추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구글은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수입의 67%를 구글이 독차지했다.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유독 검색엔진의 선전이 돋보이는 건 인쇄매체나 일반 온라인 광고는 흉내낼 수 없는 장점 때문이다.
우선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광고는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지만 검색엔진 광고는 소비자가 찾아 보게 된다. 인터넷에서 관심 분야의 정보를 찾다보면 관련 광고가 노출되는 구조다. 광고주로서는 타깃고객을 상대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용이 인쇄매체 광고보다 저렴한 것도 매력적이다.
광고의 지속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인쇄매체 광고의 노출시간은 제한적이다. 반면 검색엔진 광고는 시간에 제약이 없다. 광고 노출시간은 광고 수입과 비례한다.
광고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점도 광고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검색엔진 광고는 클릭수에 따라(PPCㆍpay-per-click) 광고료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검색기록을 통해 광고효과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통 인쇄매체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은 비단 검색엔진만이 아니다.
웹2.0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누구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뉴스를 생산해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신문매체만 수 천 개에 달하는 중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중국 상하이의 유력 무가지 '시티뉴스(都市導報)'의 왕웨이 편집장은 "상하이의 2대 신문사 광고 수입이 지난해에 비해 25%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문매체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리우춘취안(劉春泉) 중국 정보경제학회 전자상거래 전문위원은 "전통 매체의 반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전통 매체는 양질의 정보 제공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급선무로 꼽았다. 현재 인터넷의 소액 결제 시스템이 다소 번잡하다는 것이다. 리우 위원은 유료 콘텐츠 제공을 활성화하려면 편리한 소액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9개국 인터넷 사용자 5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확산돼 있는 유럽의 경우 응답자의 60% 이상이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구독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왕 편집장도 전통 매체의 미래를 낙관했다. 다만 그는 "미래의 미디어그룹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집적한 종합회사 형태를 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뉴스 등 콘텐츠 제작은 여전히 훌륭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독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무료로 향유할 수 있게 될 테지만 신문 그룹은 특정 고객층에게 보다 전문적인 뉴스를 유료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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