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도 경기침체로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프리츠 헨더슨 전 제너럴모터스(GM) CEO는 취임한 지 8개월만에 이사회와 불화로 최근 전격 사임했다. 이 회사 금융 자회사인 GMAC에선 알바로 데 몰리나 CEO가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1년 반만에 물러났다.
GM만이 아니다. 최근 CNN머니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와 크라이슬러파이낸셜, AIG,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9개 기업은 15개월만에 무려 20명에 달하는 CEO를 갈아치웠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국 재계에 임시직 CEO를 채용하는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언제든 쓸 수 있는 인재풀, 이른바 유연한 이사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수많은 전문직 임원이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탤런트그룹(BTG)이나 에포크처럼 임시직 임원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2대 헤드헌팅업체인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도 임시직 임원 고용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불황 타개를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업이 임시직 CEO를 고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위 임원을 채용하려면 물밑 작업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이에 비해 임시직 전문 인력업체는 불과 2~3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힐이 보유한 자회사는 BTG를 통해 최근 임시직 CEO를 고용했다. BTG는 인터넷업체 인터넷레이트와 액시언트에도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연결해 줬다.
이는 경제불황에 따른 기업 재무구조 악화와도 무관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비용을 줄이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데 고액 연봉을 받는 장기직 임원은 이에 적합치 않아서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공개(IPO)나 신상품 출시처럼 단기사업을 추진하는 데엔 임시직 CEO가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IPO는 업종과 무관하게 비슷한 절차ㆍ방식을 가지고 있고 관련 인력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상품도 마찬가지다. 짧아진 유행과 제품주기 탓에 정규직 임원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통신업체 폭스모바일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기획감독(Creative Director)을 임시로 고용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임시직 CEO 열풍에 모든 기업이 동조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프록터앤갬블(P&G)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초일류기업을 이끄는 CEO는 장기 경영비전으로 계약서상 고용 기간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 CEO를 고용할 경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경영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CEO가 절실하다고 기업 전문가는 지적한다. CEO가 잠깐 머물렀다 떠나는 임시직으로 머문다면 기업 전략도 일관성을 가질 수 없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호ㆍ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충성도 높은 임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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