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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대화무드 찬물 끼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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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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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 미사일과 중화기 등을 적재한 동유럽 국적의 수송기가 12일 태국 당국에 의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조짐이다.

미국과 태국 언론 등에 따르면 태국 돈므엉 공항에 재급유를 하겠다며 착륙한 그루지야 국적 수송기의 화물을 검색한 결과, 시추용 장비를 싣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북한제 무기가 35t가량 적재돼 있었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조사가 진행돼야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일단 언론을 통해 전해진 내용만 보더라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진 로켓추진용 수류탄, 미사일, 기타 전쟁물자는 미사일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 및 중화기는 물론 거의 모든 무기를 금수대상으로 지정한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의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제2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추가 제재를 받았음에도 호시탐탐 국제법 망을 비켜가면서 무기를 수출하려는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하순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으로 향하던 제3국 선박에서 북한제 무기를 압류했고, 지난 6월 말에는 불법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강남1호가 미얀마로 추정되는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미 함정의 끈질긴 추적을 받자 항로를 변경해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사건도 있었다.

북한은 두어 차례 선박을 이용한 무기수출이 저지를 당하자, 이번에는 `공중'으로 무기를 수출하려다 덜미가 잡힌 셈이다. 언론들에 따르면 수송기는 스리랑카 혹은 파키스탄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태국 정부당국에 문제의 수송기 화물에 대한 검색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태국이 북한제 무기를 적발해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 1874호 채택 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육.해.공을 통한 북한의 무기수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압박조치를 계속해 왔다.

이는 길목을 지켜 북한의 돈줄을 틀어막는 조치였다. 북한은 유엔 제재 때문에 무기수출을 못 하게 되자 자체 WMD 프로그램을 추진할 자금확보에 실패하고, 그래서 돈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무기수출을 기도하지만 국제공조망에 부딪히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번 수송기를 이용한 무기수출은 북한이 미국과 평양에서 1년 남짓 만에 양자 대화를 재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중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수송기는 비행시간 등을 계산에 넣을 때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8-10일 방북 직후 무기수출을 위한 비행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보즈워스 방북 직후 "6자회담 재개 필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과 관련해 일련의 공동 인식이 이룩됐다"고 밝히는 등 6자회담 복귀 가능성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듯했으나, 미국의 등 뒤에서는 무기수출에 나서며 기만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미국도 북.미 대화에 대해 "예비회담으로는 긍정적이었다", "좋은 출발이었다"는 등 향후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희망적인 일보(一步)를 내디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 북한제 무기수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다시 신중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동안 강력한 유엔 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이 무기수출에 나섰다가 번번이 봉쇄되고 있는 상황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재촉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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