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체들의 상장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부업체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은행법에 위배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고 관련 법 정비 전까지는 대부업체 상장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당국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하는 것은 은행업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법 2조는 은행업에 대해 '예금의 수입, 유가증권, 기타 채무증서의 발행에 의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은 대부업체가 은행업을 영위하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 담당 부서와 협의한 결과 대부업체의 상장이 은행법에 저촉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며 "대출을 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대출 재원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조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법적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상장이 어렵다"고 밝혔다.
대부업체의 상장이 가능해지려면 대부업법에 은행법 적용 배제 조항이 삽입돼야 한다.
예컨데 카드·캐피탈사에 적용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52조는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겸영여신업자에 대해서는 한국은행법 및 은행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아직은 대부업체의 상장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며 "금감원의 입장이 확정되면 대부업법에 은행법 배제 조항을 삽입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올 상반기 상장 심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와도 대부업체 상장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대부업체 상장에 대한 의견을 요청해 정상적인 관리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이라면 상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냈다"며 "다만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독을 받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심사를 진행해야 허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우회 상장을 통한 증시 진입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대부업체 상장 불가로 입장을 정리하자 상장을 추진 중인 대부업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인 대부업체는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에이앤피파이낸셜을 비롯해 웰컴크레디라인, 바로크레디트 등 3곳이다. 특히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에이앤피파이낸셜은 올 상반기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KOSPI) 입성을 추진해왔다.
에이앤피파이낸셜 관계자는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상장 일정을 다시 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부업체인 리드코프가 이미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부업체의 증시 진입을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리드코프의 경우 주유소 및 휴게소 사업 외에 대부업을 추가로 승인받은 데 반해 에이앤피파이낸셜 등은 원래부터 대부업을 영위해 온 만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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