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고 지난주 상장 예비 심사를 전격 청구하면서 내년 상장 예정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구체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시장 예상보다 한 달 이상 빠른 진행이다.
업계에선 대한생명이 삼성생명과 공모일정에 시차를 두면 둘수록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한 해 2~3조원 수준인 우리나라 IPO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총 공모 규모만 최대 7조원으로 예상되는 생명보험사 3곳(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이 동시에 상장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상장에 성공하려면 어느 한 곳이 먼저 공모를 진행한다면 다른 생보사들은 시장이 물량을 소화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생보업계 1위 기업인만큼 타 생보사 상장엔 최대 변수로 인식돼 왔다.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이 진행되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생명을 먼저 보내면 시장의 눈치를 살피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결국 대한생명이 택한 최고의 시나리오는 삼성생명 상장 일정이 구체화되기 전에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다. 대한생명이 지난주 전격 예비 심사를 청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생명 역시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한생명 측 시나리오대로만 진행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생명은 사전 정지 작업 일환으로 액면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액면분할은 내년 1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생명은 상장 예비 심사 청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이 완료되기 전까진 거래소에서 삼성생명의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주식 수 등 주주들에게 민감한 사항이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이 과감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던 것은 주관사단에 대한 신뢰도 한 몫하고 있다.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선 주관사단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대한생명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과 JP모건, 공동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크레디트스위스·도이치증권은 실제 3개 생보사 중 가장 든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상장을 서두르자 대한생명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대한생명 상장 예비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넷째 주 목요일(28일) 이후 삼성생명의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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