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테스트 올 한 달 이상 '쉬쉬' … 리터당 최고 0.6km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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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출시된 'RAV4'(왼쪽)와 지난달 3일 인천송도에서 열린 도요타 차량 시승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치기라타이조 한국도요타자동차 사장(오른쪽). |
한국도요타자동차(사장 치기라 타이조)가 이미 두 달 넘게 판매하고 있던 SUV 라브4(RAV4)의 공인 연비를 리터당 최대 0.6km씩 하향 조정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국내 연비측정 연구원이 11월 말께 라브4의 연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파악한다며 한 달 이상 쉬쉬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진출 당시 '동급(2500cc)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중 최고 수준 연비'라고 광고했던 만큼 연비를 보고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롱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일 한국도요타는 지난 10월 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라브4의 국내 공인연비를 2륜구동은 리터당 12.3km에서 11.7km로, 4륜구동은 11.3km에서 10.8km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국내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난 차량의 공인 연비가 각각 0.6km, 0.5km씩 하향 조정되는,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연비를 하향 조정한 사례는 없었다.
문제의 발단은 초기 연비 측정 시 도요타가 국내 시험기관에 제출한 시험조건 설정 수치 중 일부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보내온 데이터 자료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 하고 자동차부품연구원에 그대로 제출한 것이 실수"라고 설명했다. 즉 자동차 공인 연비 측정을 위해 중요한 데이터 수치에 대한 치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국내에 출시되는 차량은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5개 기관의 연비측정을 거쳐 에너지관리공단이 인증을 해 주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면 출시 전에 제작사에 이를 통보해 수정을 거친다.
확인 결과 부품연구원은 지난 11월 말 라브4의 연비에 문제가 있다고 도요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도요타는 데이터 검증을 거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고, 연구원의 재측정을 거쳐 지난 28일 공식 측정치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도요타는 연비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서도 한 달 동안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공식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 달 동안 소비자들은 잘못된 연비 측정 결과를 보고 차량을 구매한 것이다.
실제로 RAV4가 처음 인정받은 기존 공인 연비는 동급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베라크루즈(리터당 8.1~11.0km), 기아차의 모하비(리터당 8.6~11.1km)보다 앞선다.
반면 하향 조정된 공인 연비는 동급 경쟁차종의 공인 연비와 큰 차이가 없다. 차량 구매시 연비에 무게를 둬 라브4를 선택한 340여명의 소비자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도요타 관계자는 "예상보다 (공인 연비가) 잘 나왔다고 여겼지 수치가 잘못됐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검증이 미숙했던 점은 분명한 우리의 실책"이라며 "이에 따른 변경 사항을 신속히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구매 고객을 일일이 방문해 연비스티커를 교체하고 10만원 상당의 주유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인연비 하향 조정은 친환경·고연비 등을 강조하며 한국에 야심차게 진출한 도요타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자신을 'nn0100'이라고 밝힌 이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치사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도요타"라며 "10만원 보상은 차량 수명과 연비를 근거한 보상액인가. 세계적인 브랜드에 걸맞은 사후대책인가. 우선 리콜을 겸한 종합적인 보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0월 20일 출시된 라브4는 지난 29일까지 모두 339대가 판매됐다.
아주경제= 김훈기·이정화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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