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칼럼] 김연아와 아저씨 세대의 행복한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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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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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한 스포츠맨 성향의 김연아는 쑥스러워 할 이야기겠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그녀의 피겨 연기는 그리스 여신(女神)의 자태처럼 우아했다. 미국의 AP 통신이 “김연아는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 위를 미끄러져 내려 왔다”고 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었다. 
 


대한민국 남녀 노소, 특히 아저씨들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그녀의 연기에 홀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겨울 밤 심야에 잠깐 녹화 방송됐던 ‘피겨 스케이팅’을 흘깃 흘깃 눈치 보며 시청했던 그 분들이다. 화려한 스포츠를 구경할 뿐이지만 웬지 몰래 야동을 훔쳐 보는 기분이 되어 그마나 얼른 채널을 돌리기도 여러 차례, 참 씁쓸했던 시절이었다.
 

올 동계 올림픽에서는 김연아 덕분에 백주 대낮 서울역 대합실에서 커다란 LCD TV를 앞에 놓고 전 국민의 일원이 되어 김연아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펼치는 반라 패션의 피겨 연기를 마음껏 감상했다.

서울역 대합실 뿐 아니라 TV가 있는 곳 어디나 삼삼오오 모여 들어 만사를 제치고 아름다운 황홀경에 빠지는 시간이었다. 아마 지구 자전도 멈추지 않았을까? 

직장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김연아의 연기를 시청하던 한 40대 후반 아저씨는 “내 딸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냐? 아유~ 못보겠다. 난 눈 가리고 볼래”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연아 덕분에, 정말 김연아 덕분에 ‘피겨’는 반라의 벗은 여체를 감상하는 소프트 포르노가 아니라 스포츠로, 순수하고 꽃다운 연기로 재탄생 된 것 같았다. 김연아를 거론하면서 이 무슨 속물적 언동이냐고? 하지만 엄연히 현실이었던 과거가 있었던 걸 어쩌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진실을 가리며 위선을 떨까? 그건 아니다. 

중요한 건 김연아로 인하여 대한민국 아저씨들 뿐 아니라 전 세계 속물적 아저씨들이 피겨 연기의 진정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일대 정신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의 아저씨들은 김연아를 스포츠 선수라기 보다 어린 나이에 벌벌 떨며 안쓰럽게 최선을 다하는 한 떨기 꽃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연기가 뿜어내는 우아함엔 타고난 속물 근성을 잊어버린 채 눈물을 글썽였다. 

아! 최고의 실력이 근성을 제압한다는 평범한 진리, 그래서 스포츠가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위대한 정치로 변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늦은 각성이 뇌리를 번쩍 스쳐 지나간 한 낮이었다. 아저씨들은 김연아의 연기에 감동받고 깜찍한 피겨 요정, 아사다 마오를 20여 점 이상 앞선 절대 경지의 점수에 감탄했으며 퀸연안지 금연안지의 흘러내리는 눈물과 애써 참으려는 안면 근육의 경련 한 떨림 한 떨림에 감격했다.  

   
 
 

아마 자기 딸이 그랬어도 덤덤한 척 했으련만 주책없이 남의 딸의 영광스런 눈물 앞에 울컥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괜한 헛기침만 험험 해댄 아저씨들. 백미(白眉)는 “왜 울었냐?”며 예상 답변을 바란 인터뷰어 앞에서 “잘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라는 Cool 하기 짝이 없는(?) 연아양의 답변이었다. 이 옥음(玉音) 앞에 아저씨들은 급기야 김연아를 존경하는 마음마저 품게 될 지경이 됐다.  

“아, 명색이 사내 자식으로 태어난 나는 저런 순간에 저렇게 적당한 눈물을 흘리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쓰면서 저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더구나 왜 울었냐? 누군가 물었을 때 다시 한번 울컥해서 엉엉 울어버릴지나 않을까? 아~ 생각만해도 창피하다.” 이런 생각을 한 아저씨들도 많았을 것이다.  

보기보다 옹졸한 아저씨들의 생긴 마음 그대로와 비교하자면 연아가 보인 모습은 ‘대인배 김슨생’이 아니라 ‘대스승 김교주’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아~ 연아가 사라진 TV 화면이 벌써부터 너무 지루하다. 아니 가혹하다. 어째 같은 시간대 같은 전파 비용일텐데 찧고 까불거나 변태 막장 장면만 TV 화면을 가득 채우나? 전파 낭비 아닌가? 방송국 녀석들의 모럴해저드나 음모 아닌가, 괜한 심술이 뻗친다. 

어제 산 스마트폰도 머리만 아프게 하는데, 김연아 연기나 실컷 보고 즐겼으면 싶은데... 

김연아와 동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쾌속(快速)세대, 어쩌구 분석해대는 신문기사마저 퀸연아에게 만큼은 불손(不遜)한 듯 느껴져 괜히 기분이 언짢은 요즘, 글로벌 마케팅의 아이콘이 되어 돈방석에 앉을 연아를 부러워하기 보다 황홀하게 바라보며 미소짓는 진짜 소비세대가 된 이 아저씨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김연아의 활약’이 편찮은 노구(老軀)로 은둔한 듯 지내신다는 김종필 전(前) 총리마저 신문 원고(중앙일보)를 쓰게 할 정도로 만든 기적 같은 시절. 김연아가 김종필(2김 포함) 치하를 함께 살아 온 아저씨(70대 포함^^) 세대와 그녀의 세대인 20, 30대를 연결하는 화합과 조화의 아이콘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뚱맞은 기원을 하고 싶어진다.  

이룰 것 다 이룬 연아님이시여, 온누리에 축복을.... 

한편 김연아가 아직 젊디 젊은 스포츠맨으로서, 아저씨들과 기타 사람들이 한 때 그녀의 눈부신 활약에 감동해서 떠받들 듯 평하는 모든 언동(言動)에 개의치 말고 계속 Cool하게 운동에 전념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김연아 is Cool~!

사실은 아저씨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며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아저씨들도 연아처럼 Cool하고 싶다. 멋지게 트리플 턴하고 착, 부드럽게 내려 앉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 위를 미끄러지듯 인생 연기를 그렇게 마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만...”하며 다시 씨익~ ‘썩소’라도 날려주고 싶다. 정말 잘 하고 싶다. 아~ 정말 그러고 싶다. 연아 짱!!! 완전 짱!!!

증빙 1) 아저씨들이 김연아에 얼마나 열광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증거 자료 제출-국군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와 이름이 같은 성동공고 졸업생 친목 모임 다음카페 '성우회' 사이트에 올려진 김연아 관련 동영상과 사진들, 매우 충실함.

http://cafe.daum.net/kkmblc/C882/3?docid=22sy|C882|3|20100226193129&srchid=IIMYatTj200#A1374D2244B87CE2105EDB1

- '성우회'라는 이름 때문에 번뜩 스친 생각인데요, 연아에게 장군 계급장을 달아주도록 국방부에 건의해보면 어떨까요? 국군장병 사기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사기를 완전 업 시켜놓는 일은 어떤 장군도 하기 힘든 군사전략적 업적일텐데 말입니다. 전쟁 승리가 결국 국위선양에 경제력 확장의 수단이라면 연아의 승리는 작은 전쟁 승리 못지 않은 공적이지 않을까, 이거 별은 안 달아 줘도 금성무공훈장 감 됩니다. 이거...^^

증빙 2) 4050, 조은 이웃이라는 카페에도 김연아 영상과 사진이 한 가득...

ttp://cafe.daum.net/yun4050/7oFr/1936?docid=1GTm5|7oFr|1936|20100226162114&srchid=IIMBMqNj200#A1527D80B4B8281B7B79E33

김연아 영상 모음)

http://cafe.daum.net/rnsl239/8HZg/2569?docid=1GVLV|8HZg|2569|20100227065211&srchid=IIMlFQYj200#A166801024B879E4B2C2EEA

김연아 표정 모음)

http://cafe.daum.net/ktx1011/4rlA/2?docid=1GjLr|4rlA|2|20100226175144&srchid=IIMZ8sMk200#A1154131F4B88B5C14E3B6A

김종필 전 총리 요양중 '김연아 콜로시움 건립하자' 신문 기고)

http://news.joins.com/article/281/4041281.html?ctg=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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