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메이커 크라이슬러가 섹시해졌다. 등 돌린 미국 소비자들과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크라이슬러의 변신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15일자 최신호에서 미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크라이슬러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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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메탈 소재의 미니드레스를 입은 여성 모델이 크라이슬러의 콘셉트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크라이슬러는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메탈 소재의 미니드레스를 입은 미녀 모델을 등장시켰다.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이 반영됐다. 기존 고객들이 고령화하면서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비전의 알렉산더 에드워즈 사장은 "크라이슬러가 기존 고객만 고수하는 건 막다른 길로 돌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새 고객 유치 임무는 올리비에 프랑수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떠안았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인수한 피아트에 몸담아 왔다. 이번 '섹시전략'도 프랑수와의 작품이다.
문제는 크라이슬러의 '파격'을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섹스어필' 마케팅은 사라진 지 오래인 데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광고에 미국인들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프랑수와는 "지금까지 해온 일을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내보낸 '300세단' TV광고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광고는 피아트가 이탈리아에서 내보냈던 '란치아델타' 광고를 차량만 바꿔 리메이크한 것이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등 세 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각자 타고 온 차에서 내린다. 이 때 차 한 대가 빈 채로 도착하고 "이 차를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바친다"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프랑수와는 이 광고에 돈의 가치만큼 좋은 차를 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응은 썰렁했다. 구조조정 전에 크라이슬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줄리 로엠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수치가 누군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지분이 10%나 되는 크라이슬러가 이탈리아 업체에 광고를 맡긴 것도 미국인들의 원성을 샀다.
크라이슬러의 대표 머슬카(고출력 차) '닷지차저' 광고는 여성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중계시간에 선보인 이 광고가 남자라면 자신이 원하는 차를 몰 듯 원하는 여성은 누구라도 유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를 본 여성들은 유튜브에 광고 패러디를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2000년 초에도 '콩코드' 세단 광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어머니가 '콩코디아'라는 이름의 딸에게 이름의 유래를 알려주는 내용의 광고였다. 물론 딸을 잉태한 곳은 콩코드 안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콩코드의 넓은 뒷자석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비난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크라이슬러는 '스와핑'(부부나 애인 교환 성관계)을 암시하는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다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랑수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르치오네 역시 프랑수와와 함께 피아트를 되살렸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피아트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던 건 이탈리아인들의 민족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토종 메이커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확산시킨 것이다.
존 월코노위츠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크라이슬러를 구조조정하는 작업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이탈리아인들만큼 애국적이거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도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 역시 크라이슬러가 파격적인 광고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소비자 폭을 넓히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남성이 전체 고객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닷지가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선보인 광고는 높게 평가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쫓겨난 여자가 내던져진 소지품에서 열쇠를 찾아 닷지차저를 몰고 사라지는 내용의 광고다. 크라이슬러는 조만간 '사커맘'을 타깃으로 한 가정적인 분위기의 광고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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