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6년 전후 '뽑히면 로또 당첨과 같다'라는 평판을 듣던 단지가 많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작정하고' 개발하는 은평뉴타운, 서울지하철7호선 철산역과 가까운 것을 무기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던 광명 철산동 일대 초대형 재건축단지, '아직도' 아파트 건설이 진행 중인 용인 수지구 지역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분양 당시는 인기였던 단지라도 시간이 지난 현재는 입주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해당 아파트단지의 관리사무소가 각각 발표하는 입주율과 실제 아파트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3년의 시간, 과연 무엇이 그러한 현상을 가져온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아주경제 기자들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다.
◆ "분양 받은 사람들은 아직 많이 안 왔어" … 은평뉴타운
낮에 찾은 은평뉴타운 지역은 활발한 모습이었다. 다음 달이면 입주 시작 2년을 앞둔 1지구는 물론 지난 3월로 정식 입주 기간이 만료된 2지구까지 지나다니는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찾은 은평뉴타운은 단지 인근의 북한산 등과 어우러져 적막한 분위기를 낳고 있었다. 심지어 근래에 조성된 아파트 밀집지역인 소하(광명)·진접(남양주)·동탄(화성) 등과 비교하면 '고요하다'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2지구는 성남 판교신도시 서측(일명 서판교)이나 부산 정관신도시 등에 비해서도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입주기간 끝난 단지가 과연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다음 날 찾은 2지구 각 단지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단지 75% △3단지 80% △4단지 90% 정도 △5단지 82.5% △6단지 60% 정도 △7단지 45% 정도 △8단지 70% 정도 △11단지 60% 등으로 각 단지 입주율을 안내했다.
그러나 전날 밤에 방문한 2지구 아파트에서 대략 파악한 '불 켜진 집'과 비교해 공식입주율은 높다고 느껴졌다. 특히 '~정도'라고 대략적인 수치만을 알려준 단지는 더욱 그랬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임대 가구와 분양 가구의 개별 입주율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모두 그런 자료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몇몇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주변 공인중개사 등에서 '짐작' 이라는 형태를 전제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은평뉴타운은 정부에서 일부러 임대(주택)와 분양(주택)을 반반씩 섞어놨다. 그래서 비율이 비슷한데 쉬프트(장기전세주택) 포함한 임대 쪽은 대부분 입주한 반면, 분양 쪽은 아직도 입주를 못한 집이 다수다" (2지구 P공인 관계자)
"원래 살던 집이 빠지지 않아 못 들어온단 얘긴 많다. 키는 많이 찾아갔는데 막상 입주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는 살지 않고 전세 주려고 했는데 관리비가 비싸다는 소문이 많으니 전세 오려는 사람들도 드물다고 얘기 많다" (A단지 관리사무소 직원)
주민, 공인중개사, 관리사무소 직원 등은 하나같이 '임대 입주율과 분양 입주율의 차이'를 언급했다. 실제 확인해 본 결과 분양 주택만 있는 6·7·8단지의 경우 공식 입주율도 낮지만 야간의 동네 모습이 굉장히 적막했다. 또한 6·7·8단지 관리사무소는 정확한 입주율 수치 공개를 꺼렸다.
상가에는 부동산이 즐비했다. 이미 동네가 정착돼 가는 1지구에 각종 편의시설이 있는 상황과 대비됐다.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많이 살아야 상점들이 활성화 되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활발한 상권을 기대하는 것이 난센스'라고 언급했다.
2지구 B공인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살폈다. 그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감수해도 팔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2지구 아파트가 후분양으로 공급되며 입주와 동시에 전매제한이 풀렸다. 덕분에 부동산에 매물이 대거 풀려 주인을 기다리는 주택이 부지기수다. 이 동네 '불 꺼진 아파트'는 당분간 없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주인은 다 있는데 실제 사는 사람은 없어요 … 광명 철산동 대규모 재건축 단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거 입주를 마친 광명 철산동·하안동 일대 아파트단지. 이 일대는 철산주공 2·3단지와 하안주공 1·2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 단지이다.
각 단지의 가구 수를 살피면 △푸르지오하늘채(철산2단지 재건축) 1248가구 △래미안자이(철산3단지 재건축) 1258가구 △e-편한세상센트레빌(하안1단지 재건축) 2815가구 △두산위브트래지움(하안2단지 재건축) 1258가구이다. 네 단지를 합하면 7393가구이다.
입주율은 70%·88%·80%·90%이다. 70%인 푸르지오하늘채 단지가 가장 늦은 전월 19일에 공식입주기간을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별 입주율은 선방한 편이다.
하지만 철산동·하안동 일대도 은평뉴타운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철산동·하안동 일대 신규 단지가 재건축 단지인데다 주변은 중심상업지역이라 '고요함이 없을 뿐' 관리사무소가 발표한 입주율과 비교해 '불 꺼진 집'의 수는 더 많이 보였다. 단지 내의 유동인구도 적었다.
S공인 관계자는 "잔금을 지급하고 키를 찾아가신 분들은 많을 거다"라고 전제하며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계약했지만 전세자가 없어 저리 놔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P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자기가 살던 집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계약한 경우, 최근 집이 전혀 안 빠지니 입주를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실수요자인데 기존 집이 빠지지 않으니 입주하고 싶어도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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