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해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회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수뇌부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재편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자임하며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주변자 역할에서 벗어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지위를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볼커룰'을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3월 의회에 제출한 볼커룰은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을 분리하고 은행 대형화를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볼커룰을 유럽과 아시아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왔던 국내 금융회사 대형화 및 민영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G20 의장국으로 국제 공조를 강조해 온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묵살할 수도, 그렇다고 국내 금융시장 재편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뱅크'를 설립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와 국내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가 올 들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자 관련 논의가 재점화됐다.
여기에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도 매각 작업을 재개하면서 금융시장 재편 작업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볼커룰 변수가 떠오른 후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산업은 단기간 내에 대형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규모 확대보다는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언급도 했다.
인수합병 주역으로 거론됐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몸을 사리는 양상이다.
정부가 메가뱅크를 화두를 제시한 후 찬반 입장이 대립해왔다.
일각에서는 대형 은행 간의 인수합병이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져 결국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 진영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쨌든 외부 변수로 인해 정부의 글로벌 플레이어 양성 계획이 도전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어떤 카드를 제시할 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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