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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게 가꿔주며 때로는 삶의 여유도 제공한다.
예술현장이 우리 삶의 현장과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윤택해진다. 최근 들어 명동극장·정동극장·서울시립미술관과 같은 공연·전시장이 우리 삶의 현장 중심이나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고 있어 매우 반갑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들어선 아트센터들은 대부분 우리생활 권역과는 조금 동떨어진 위치에 건립되곤 했다. 특히 복합아트센터인 예술의전당이 건립되고 나서부터는 하나의 모델처럼 굳어져 버렸다. 복합아트센터 건립은 본래 ‘도시계획’이나 ‘랜드 마크 조성’ 등 국책사업 차원에서 진행된다. 예술의전당 출발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우리나라는 국가의 격에 부합하는 상징물이 필요했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도시민에게 예술을 공급하고 문화생활의 중심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건립하게 됐다. 하지만 여러 개의 공간을 한 장소에 모아서 지으려다보니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 서울 도심지에 그만한 부지를 찾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토지매입비가 건축비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큰 걱정거리였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예술의전당 건립 장소로 한강주변 지구, 서초역 주변 등 다양한 장소가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지역인 현재의 위치로 확정됐다. 그러나 건립 당시의 위치는 서울의 가장 외곽지역에 왕복 8차선의 남부순환도로에 가로막혀 있어 복합아트센터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지금도 예술의 전당은 남부순환도로로 인해 고립돼 있다.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다른 지역과의 연계성도 열악해 도심지역이나 생활거주 지역에서 찾아오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예술의 전당이 예술의 복합 소비가 이루어지는 생활 속의 아트센터라기보다는 공연·전시관람 및 교육 등의 특정 목적만을 위한 아트센터가 됐다.
또한 이러한 입지조건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이 예술의전당을 방문할 때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어 사회적 비용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대형전시나 공연이 개최되는 주말의 경우에는 예술의전당 주차 수용한계를 뛰어넘어 많은 관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노선 증설 등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예술 공간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지역과 가까운 장소에 위치해 일과 후 도보로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적·거리적 여유로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쇼핑·교육·금융 등 기존에 형성된 도시기능과 생활의 다양한 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1965년 개관한 샌프란시스코의 ‘ACT극장’은 생활 속의 예술 공간으로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극장에는 ‘Core Acting Company’가 상주하며 예술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주변 지역의 교육기관과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MFA(master of fine arts)와 컨서바토리(실용 음악·연극 등의 교육 과정)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관광·금융·교통·역사 등과 관련한 도시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 그리고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박물관·미술관·대형 산업전시장·컨벤션홀 등 다양한 예술 공간과도 하나의 벨트를 이루어 조화롭게 발전하며 도시에 꼭 필요한 예술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예술 공간을 사람의 생활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로 생활중심인 도심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 조성된 거대 복합아트센터 보다는 작지만 시민의 생활권 내에 위치한 예술 공간의 효용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시민들이 항상 찾고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야말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숨 쉬는 예술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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