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실 없어도…이건희 컨트롤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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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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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이건희-전문경영인으로 이어지는 ‘투톱시스템’ 구축</b>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2010년 5월 삼성에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과거와 같이 이건희 회장-전략기획실-사장단회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현재 없다는 말이다. 추격자에서 개척자로의 시장 지위 변화에 실마리가 있다. 

   
삼성전자 로고
 

삼성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계획 공표는 과거 쓰리톱(삼각편대)체제가 이건희 회장-삼성 사장단(전문경영인)로 이어지는 ‘투톱시스템’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17일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반도체와 LCD에 2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공식에서 이 회장은 “지금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이라고 통찰하고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확대를 강조했다.

이 회장의 대규모 부품산업 투자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 발표로 지난 2004년 12월 반도체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화성을 찾은 이 회장이 총 2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당시 투자는 플래시 메모리 등을 육성하는 계획이었다. 그 결실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D램 및 낸드플래시의 세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을 각각 33.6%,40.2%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4년 투자 전략은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맞춰졌다”면서 “이번에는 메모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의지를 꺾는 한편 모바일 프로세서 등 모바일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번 발표는 지난 11일 삼성 5개 신사업 23조원 투자발표가 나온 지 8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최소한 재가를 한 것이 이 회장이고 보면 대규모 투자 공표가 너무 서둘러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 때문에 삼성의 공식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략기획실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라는 추론이 힘을 얻는다. 이 회장의 통찰력은 검증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매출목표까지 산성하려면 이 회장의 ‘결정’을 도와주는 조직이 필요한 까닭이다.

   
삼성전자 신사옥 전경
삼성전자는 17일 반도체와 LCD부문에 모두 2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3월 말 경영에 복귀하고, 첫 번째 행보인 공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제외하고 보자”고 전제하고 “IOC위원 활동의 일환으로 이 회장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18일 만에 신사업 투자가 나왔고, 다시 8일 만에 반도체 투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안팎에선 전략기획실이 재가동해야 이처럼 신속한 투자결정이 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의 입장은 분명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략기획실 부활 시기 등에 대해 “고민 중으로 수면위에 오른 논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왕설래의 와중에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나면 삼성에 과거형태의 전략기획실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패러다임의 첫 번째 변화는 삼성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더 이상 문 앞에 깔려있는 레일은 없다. 우리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두 번째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 회장의 공백기였던 23개월 동안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독립경영을 해 봤다는 것이다.

전략적인 투자결정은 오너가 내리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경영인이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오너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경영을 해 온 결과, 전략기획실이 없어도 오너의 결단을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는 김순택 부회장이 이끄는 신사업추진단에서, 반도체 투자는 삼성전자에서 앞서 안을 마련하고 준비해 왔던 것”이라며 “이 회장이 복귀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가’가 가능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각 계열사 사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이 회장에게 안을 제시하면 여기에 이 회장 특유의 직관을 결합해 삼성의 투자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복귀 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전문경영인으로 이어지는 투톱방식의 프레임을 통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난 후 이곳의 주요 인사들이 각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과거처럼 전략기획실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반증으로 제시된다. 

lazyhan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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