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 지난 1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첫선을 보인 월드컵 홈 유니폼은 예전보다 붉은색이 더 짙어진 데다 호랑이 가죽 무늬까지 새겨져 다소 위압적이다.
위압적이 외형에 걸맞게 에콰도르에 2-0으로 압승했다.
실제로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이 부임하고서 붉은 빛깔이 많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 때 성적이 더 나았다.
유니폼 색깔이 승부의 변수가 된다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서 유니폼 색깔을 결정하는 맞대결 당사국의 매니저 회의에 쏟아질 관심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 빨강-하양-빨강 '잘 골랐네' = 한국은 에콰도르와 친선경기까지 37차례 국가대항전(A매치)에서 20승(13무4패)을 거둬 승률 54.1%를 기록했다.
붉은 셔츠와 하얀 바지를 입고 빨간 양말을 신었을 때가 가장 많은 23경기(14승5무4패)였는데 승률은 60.9%로 전체 승률보다 높았다.
유니폼 전체를 빨갛게 입었던 5경기에서는 3승2무를 거둬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고 승률도 60%를 기록했다.
반면 유니폼 전체를 하얗게 입었던 6경기에서는 2승4무로 패한 적은 없었으나 승률이 33.3%로 떨어졌고 하얀 티셔츠와 빨간 바지, 흰 스타킹을 착용했을 때는 이기지 못하고 2무를 기록했다.
붉은색이 힘을 준다는 결론은 믿음의 영역에 속하고 사실이라고 우긴다고 해도 부작용은 없겠지만 개별 경기를 돌아보면 정반대 결과도 나타난다.
한국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공한증(恐韓症)에 위축된 것으로 잘 알려진 중국에 빨간 셔츠, 하얀 바지, 빨간 양말을 착용하고 참패했다.
얼마 뒤에는 처음으로 빨간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하얀색 셔츠, 파란 바지, 하얀 양말을 걸치고도 한수 위로 평가되던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격파했다.
◇ 붉은색 자체에 힘 존재하나 = 격투 스포츠에서는 실력이 비슷하면 붉은 체육복을 입은 선수가 성적이 더 잘 나오는 추세가 확인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도 있다.
인류학자 러셀 힐과 로버트 배턴은 2005년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태권도와 권투, 레슬링에서 체육복이나 보호구가 빨간 선수가 파란 선수를 압도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치러진 21경기를 대상으로 했으며 색깔이 무작위로 배정됐음에도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무려 16경기를 이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붉은색이 공격성과 우월성, 지배욕을 상징해 빨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면 상대가 무의식적으로 위축되도록 해 승률이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동물 세계에서도 빨간색은 공격성과 관계가 있으며 짙은 붉은색은 때로 성적으로 우월한 수컷을 의미하기도 한다.
원숭이 비비 수컷은 화가 나면 얼굴에 빨간 줄이 생기고 사람도 때로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겁을 내면 하얗거나 파랗게 질린다는 생리현상이 여러 보고서에 자주 언급된다.
◇ 심판의 레드 콤플렉스 = 가장 객관적 입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심판도 붉은색에 휘둘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독일 뮌스터대학의 스포츠심리학자 베르트 슈트라우트는 붉은 도복을 입은 태권도 선수가 다른 색을 입을 때보다 점수를 더 얻는다는 논문을 2008년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도복 색깔만 바꾼 똑같은 비디오를 심판들에게 틀어줬더니 같은 선수가 같은 경기를 했는데도 빨간 도복을 입었을 때 점수를 13%나 더 줬다는 게 요지다.
◇ 챔피언도 배출? = 영국 더럼과 플리마우스 대학 연구진이 2008년 '스포츠 사이언스 저널'에 실은 논문을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2003년까지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는 구단이 더 우수한 실적을 쌓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아스널처럼 붉은 셔츠를 입는 구단은 승률이 60% 안팎으로 다른 구단보다 높았고 경기평균 득점도 1.94∼2.16골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 셔츠를 입는 구단들의 승률과 득점의 전체 평균도 파랑이나 하양, 노랑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돼 붉은색의 저력이 짐작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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