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지겨워 늘 탈출을 꿈꾸는 14살의 체리 커리. 락커를 꿈꾸며 기타를 배우지만 포크송을 가르치는 현실이 못마땅한 조안 제트. 조안은 프로듀서 킴 파울리를 만나 걸그룹 락밴드 결성을 준비하며,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체리에게 강한 매력을 느껴 보컬을 제안하게 된다.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조안과 체리의 세상을 향한 독기는 ‘런어웨이즈’라는 파워풀한 락밴드의 결성과 만남으로 분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런어웨이즈’는 음악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10대 소녀들의 반항과 열정만을 다룬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1970년대의 억압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영혼이 원하는 대로 두려움 없이 행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뜨겁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그룹 ‘런어웨이즈’는 이미 태생부터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그룹으로서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 전원 생활로부터의 해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형화된 락(Rock)과 디스코(Disco)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정형화된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만든 음악을 통해 인정받고 싶었던 조안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락밴드를 만들기 원했고 그녀의 파워풀한 곡들을 선보일 수 있는 런어웨이즈의 리더가 된다. 불우한 집안 환경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도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런어웨이즈의 보컬로 합류하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야 만다.
소녀들에게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 마약과 섹스와 고통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이야기 할 수 없었던 당시의 락앤롤은 그러므로 단순한 음악의 하위 장르로 이야기 될 수 없었다. 밑바닥에서부터 분출된 그녀들의 에너지가 성취해 낸 것들은 바로 저항과 패기, 터질 것 같은 열정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걸 밴드들이 존재했지만 런어웨이즈가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런어웨이즈는 단순히 상처받은 소녀들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도, 락앤롤이라는 음악의 하위 장르를 다룬 이야기만도 아닌 바로 어두운 시대상을 뚫고 가슴이 원하는 대로 따른 소녀들의 리얼한 삶 자체를 담아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 덫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를 찾아가고 자신들을 위해 삶의 일부를 덜어낼 줄 아는 어린 소녀들과 그들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는 스토리의 배경인 197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런어웨이즈가 첫 활동을 시작한 캘리포니아를 비롯, 그녀들이 방문한 일본의 도시 이미지까지 당시의 시대적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은 영상에 잡히는 선과 빛의 느낌을 매 순간 조절해 가며 순간의 아우라까지 잡아내는 데 공을 들이는 등 치밀하게 영상을 재단했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램프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램프는 당시 시대적 친밀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세트의 모든 코너에 설치했다. 램프는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필터와 같아서 램프가 배우들의 감정과 시대의 컬러감을 더욱 키워줬다. 70년대를 반영하는 강렬한 색들을 사용했지만 주인공들이 순수함을 잃어버릴수록 더욱 색 바래고 탈색된 색을 사용하는 등 태도와 상황에 따라 장면을 디자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녀들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한없이 좁은 무대였던 캘리포니아를 비롯, 전성기의 일본을 거쳐가는 그녀들은 점차 마약 등을 통해 어두운 세계로 빠져들 때의 느낌을 사실적이고 감각적인 비주얼로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그룹과 체리 커리와 조안 제트의 거대한 변화를 상징하는 ‘체리 범(Cherry Bomb)’ 공연 장면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제작팀은 시각적으로 놀라움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외부의 틀을 이용해 캐릭터의 내면적인 관점을 영상화 시키는데 성공했고 관객들에게 70년대 후반의 이미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영상을 선사했다.
30년전 일본 공연 장면에서 런어웨이즈의 최고의 히트작이자 파워풀한 밴드의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히트곡 ‘체리 범’을 부르는 순간 관객들은 더욱 과격해졌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연출 장면이 아니라 실제 공연을 뛰어넘는 에너지가 넘치는 너무나 현실적인 순간이다.
패닝은 실제로 노래를 불렀고 무대를 압도하는 힘찬 안무를 선보였다. 스튜어트는 실제로 기타를 연주했다. 마치 진짜 체리 커리와 조안 제트인 것처럼 두 사람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팬들은 런어웨이즈를 환호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패닝과 스튜어트에게 완전히 반한 상태였다. 주인공들에게 그것은 여정의 정점을 의미했다.
시지스몬디 감독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나는 사건들의 진실을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으로부터 스토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러한 비전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일본 공연 장면은 마치 30년 전 그 공연이 완벽하게 현현된 듯 관객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24일 개봉.
idm81@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런어웨이즈(The Runaways)
1975년에 조안 제트, 체리 커리, 샌디 웨스트, 재키 폭스, 리타 포드, 5인조로 결성된 걸그룹 락밴드. 어린 소녀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온갖 편견에 저항하며 시대적 장벽과 편견을 무너뜨린 10대 여성 락밴드로 폭발적인 호응과 인기를 얻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리더 조안 제트의 터프하고 파워풀한 락앤롤 곡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런어웨이즈’의 상징이 되었다. 3년의 시간, 5장의 앨범을 끝으로 그룹은 해체됐다. 하지만 이후 조안 제트는 ‘조안 제트와 블랙허츠’라는 이름으로 1982년 ‘I LOVE ROCK’N ROLL’이라는 명곡을 남기고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