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기업가에게 경기지표는 나침반과 같다. 이들은 다양한 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경기전망에 따라 기업 내 자원을 분배한다. 하지만 기존 경기지표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제한된 지표만으로 경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립스틱이나 콘돔, 게임기 판매량이나 여성들의 치마길이와 같은 엉뚱한 소재를 경기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립스틱지수'는 불황일수록 여성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돋보일 수 있는 립스틱을 많이 소비한다는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
불경기에는 여성들이 짧은 치마 하나로 쉽게 멋을 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미니스커트 매출도 불황지표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콘돔과 게임기 매출도 출산을 미루고 집안에서 여가를 보내고 싶어하는 불황 심리를 반영한 지표로 손색 없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립스틱지수처럼 엉뚱하면서도 그럴듯한, 일상 속에서 경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들을 소개했다.
◇택시업체 매출
보통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택시보다 버스를 즐겨 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포브스는 불경기일수록 택시업계는 호황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카시택시의 브라이언 매카시 사장은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자가용을 안 갖고 다니기 때문에 사업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이후 택시를 10대 늘렸으며 지난해 매출은 200만달러로 한 해 전보다 25% 늘었다고 귀띔했다.
매카시는 또 "택시기사 모집에 석ㆍ박사 졸업자가 몰리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음을 뜻한다"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식 쓰레기더미 크기
음식점 뒤에 쌓여 있는 음식쓰레기더미의 크기도 훌륭한 경기지표가 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쓰레기더미의 크기가 클수록 호황이다. 요식업 전문 컨설팅업체 홀컴퍼니의 샘 파이러 컨설턴트는 "음식 쓰레기는 사람들이 먹고 남긴 것보다는 음식을 만든 재료가 대부분"이라며 "쓰레기더미가 크면 클수록 레스토랑이 많은 음식을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백 수
호황일수록 소비는 당연히 활발해진다. 따라서 호황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쇼핑백을 들고 다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마샬 코헨 수석연구원이 지난 1년 동안 미국 12개 지역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들고 지나간 쇼핑백 수를 헤아려 본 결과 지난 4월 쇼핑백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늘었다. 그는 한동안 쇼핑백 수가 줄어든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경기가 제 방향을 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바지 매출
코헨은 청바지 매출도 신뢰할 만할 경제지표라고 했다. 청바지는 다른 소비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할 즈음 소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청바지지수'에 따르면 경기반등은 이미 지난해 1분기에 시작됐다. 당시 전체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지만 유독 청바지 매출은 6.2% 늘었다. 또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의류 매출이 6% 늘어나는 동안 청바지 매출은 3.6% 증가했다. 코헨은 "소비자들이 다시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며 "소비심리는 예상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호텔 예약 취소율
불황기에는 호텔 예약 취소율도 급등한다. 예정돼 있던 각종 기업 행사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라더스 붕괴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MGM미라지의 댄 다리고 최고재무책임자(CEO)는 같은해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기업행사 취소율이 50%가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예약 취소가 빗발쳐 객실을 채우기 위해 가격인하 조치를 취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리고는 그러나 지난해 3월 이후 예약 취소율이 조금씩 낮아지더니 올 봄에는 취소율이 예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시설 계약률
양로원이나 실버타운 등 노인복지시설 계약률도 호황지표로 쓰일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라야 노인들이 살던 집을 팔고 그 이후의 삶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노인시설 건축가인 그레그 어윈은 2007년만해도 100개의 방을 갖춘 노인시설의 경우 평균 40건의 계약을 따냈지만 지난해엔 계약성사 건수가 20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올 들어 계약 건수는 다시 30건대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포브스는 고급 샴페인과 미용실 매출, 전자제품 재활용률, 유류비용 등도 믿을 만한 경기지표로 꼽았다. 호황일수록 고급 샴페인과 미용실의 매출이 늘고 전자제품 교체가 빈번해지면서 재활용률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호황기에는 '가득', 불황기에는 '10달러어치' 등으로 다르게 말하는 주요소 고객들의 주문방식도 경기 가늠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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