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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순식간에 정치판을 뒤집는 IT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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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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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호 IT미디어부장 겸 IT모바일 국장
트위터! 며칠 전 치러진 6·2 동시 지방선거에서 일을 내고 말았다. 일도 큰일을 저질렀다. 정치판의 판도를 확 바꿔 놓았다. 의기양양하던 한나라당에 큰 패배를 안겨주고, 천안함으로 촉발된 북풍을 어떻게 넘을지 고민하던 민주당에게 깜짝 놀랄만한 승리를 안겨 주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놀라고, 국민들도 놀랐다.

이처럼 정치권의 판세를 뒤집어 놓은 숨겨진 힘은 무엇이었을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범인으로 ‘트위터’를 지목했다. 트위터가 막판 뚝심을 발휘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압승도 이만저만 압승이 아니었다.

트위터는 핸드폰을 통한 문자 전송의 한 수단이다. 140자까지 글도 쓸 수 있다. 문자 뿐 아니라 사진도 함께 전송한다. 문자와 사진이 동시에 전달되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친근감을 맛보게 된다. 지난번 대선에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문자 메시지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고, 파괴력은 수 십배나 더 커졌다.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 초기에는 투표율이 지난 선거 수준에 머물렀다. 오후 들어 투표율이 갑자기 올라갔는데 여기에는 트위터의 힘이 많이 작용했다. 20대, 30대에서 트위터를 통해 서로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독려를 받은 사람은 자신만 투표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투표장으로 가도록 촉구했다.

“지금 뭐해? 빨리 가서 김아무개 후보 찍어. 김 후보가 돼야 우리 지역이 발전할 수 있어. 투표장에 너만 가지 말고 반드시 한 사람에게 연락해서 가도록 하자. 파이팅. 철규.” 이런 문자가 왔다 갔다 했다. 순식간에 이런 글이 사진과 함께 떠다녔으니 선거판을 뒤집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한나라당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승리를 자신하며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20대, 30대의 젊은 층에게 트위터는 전염병처럼 번졌다. 집안에서 쉬면서, 또는 야외에서 각종 레저 활동을 하면서 손안의 핸드폰에 글자만 입력해 날려 보내면 그게 바로 선거운동이 되었다. 뜨거운 거리를 쏘다니지도 않고,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사진과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IT가 선거의 판도를 바꾸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문자가 황색바람을 일으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트위터가 녹색바람을 일으켜 민주당을 신나게 만들었다. 다음에는 또 뭐가 등장해 정치판에 어떤 소용돌이를 몰고 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위터의 위력이 더 엄청날 것이다. IT가 선거판을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다. 각 당에서는 핸드폰과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선거운동에 지금보다 더 힘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거리 유세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트위터나 문자 등 사이버 유세에서 패하면 선거는 망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위터를 통해 투표 유권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암암리에 후보자를 알리는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6·2 지방선거 이전부터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이 판을 칠 것으로 보고 수차례 경고하
기도 했다. 트위터의 위력과 부작용에 대해 벌써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을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발표한 일이 있다. 선거법 93조에 따라 트위터가 선거법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에는 UCC를 통한 선거운동이 선거법 93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일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트위터 이용자가 실제로 선거법 위반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이다. 서울지방경찰정 사이버범죄수사대는 6·2 지방선거와 관련, 트위터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김모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 트위터 이용자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음 입건된 것이다.

김씨는 무슨 큰 잘못을 했을까? 단순한 일을 했을 뿐이다. 김씨는 트위터와 연계된 여론조사 사이트 트윗폴을 통해 경기도지사 후보 및 지지 정당 등을 조사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결과를 배포한 것이다. 김씨는 벌금형이 나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필요하다면 헌법소원까지도 벼르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은 요란하지 않고 암암리에,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트위터는 지금 초창기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이나 핸드폰의 단순 문자 보내기를 압도할 것이다. 영향력도 그렇고, 사용빈도도 그럴 것이다. 이런 트위터를 떼어놓고 선거를 생각할 수 없게 됐다.

IT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핸드폰이 생활을 바꾸고, 인터넷이 문화를 바꾸고 있다. IT가 산업과 접목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무기와 접목해 국방력을 키워준다. 그렇지만 IT가 정치판의 판도를 뒤집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 젊은이들이 IT를 활용해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쓰러뜨리기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IT의 파워가 확실하게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b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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