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인도 부동산시장에도 '거품 주의보'가 내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지난 1년간 침체를 겪었던 인도 부동산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뉴델리와 뭄바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뭄바이와 뉴델리, 구가온, 노이다 등지는 인도 부동산시장에서 전통적으로 높은 몸값을 자랑해 왔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주택 가격이 25% 이상 급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인도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상황이 반전됐다. 금싸라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현금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했던 개발업자들도 수요가 많은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관리 전문업체 존스랑라살의 산자이 더트 최고경영자(CEO)는 "뭄바이 중심가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아파트 가격은 이미 2007년 최고가를 넘어섰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택 건설붐을 일으켜 앞으로 3~5년 뒤에는 아파트 재고가 남아돌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뭄바이 남부 중심지역에서는 고소득층을 위한 6000여채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데 총 면적이 4000~5000만평방피트(372만~465만㎡)에 달한다.
관련 법이 개정돼 주택을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된 것도 거품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뭄바이에서는 최근 세계 최고층인 117층 높이의 아파트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도 개발업자나 엔지니어들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 노하우가 없어 공정이 예정보다 4~5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형 시행사인 제이피그룹, 유니텍그룹 등은 최근 뉴델리나 인근의 구가온, 노이다 등지에서 대규모 주택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요가 달려 몇년 뒤에는 주택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CB리처드엘리스의 안슈만 매거진 회장은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존스랑라살의 더트 CEO는 "개발업자들이 주택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올 하반기 가격을 낮출 것이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인도 부동산시장에 잠재된 위험요소로 꼽힌다. 인도 중앙은행이 치솟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문턱이 높아져 수요가 주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도 부동산시장의 거품현상은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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