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산업단지에 문화를 입히자 -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단지는 명칭과 건물, 그리고 기능 측면에서 기계와 생산이 중심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된 산업화 정책과 이를 위해 만들어진 곳곳의 산업단지는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의 이미지는 사람과 일상생활이 배제된 회색지대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청년근로자들은 산업단지를 삶의 한 공간으로 인정하지 못해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경제활동의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삶의 일터이기도 하다. 그 만큼 산업단지가 인문학·문화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제는 산업단지에 대한 '회색빛' 기존 이미지를 걷어내고  도심의 업무단지와 같은 쾌적하고 매력있는 거리와 문화가 넘치는 환경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마련이 절실한 때이다. 우선 산업단지의 명칭을 그 단지의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친근하고 미래지향성이 담길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Silicon)과 산타클라라 계곡(Valley)의 합성어이며,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Sophia Antipolis)는 지혜의 신인 소피아(Sophia)와 도시라는 의미의 폴리스(Polis)의 합성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명을 대신하여 부르기 쉽고 그 단지의 아이덴티와 미래상을 반영한 이름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올해 새롭게 지정된 5개 국가산업단지의 명칭을 지명 대신에 고유브랜드를 사용토록 하거나. 지식경제부에서도 기존 산업단지의 명칭을 단지의 특성과 미래상을 반영하여 새롭게 명명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둘째, 산업단지 내에 근로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여가문화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기존의 산업단지는 차량과 물류중심으로 사람들이 편하게 걷고 만나며 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격리된 공간이었다. 앞으로의 산업단지는 근로자에게는 일하고 싶은 일터로, 지역주민에게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여가공간과 문화거리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시설과 거리를 조성하고 산업구조 개편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장, 굴뚝, 기숙사 등을 산업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며 이를 문화적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명칭을 바꾸거나 문화시설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산업단지에 친근감과 문화를 입히기 위해 추가해야 할 것은 바로 공공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의 산업단지는 슬레이트 패널을 사용한 파란지붕과 회색벽체의 임시적 건물로, 모양, 색깔, 재료 등이 천편일률적인 구조물 집합체에 불과하다. 앞으로 삭막한 작업환경에 생기를 불어넣고 산업단지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경관지침 등을 마련하여 고유의 디자인이 투영된 독특한 단지문화를 만들어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산업단지는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근로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의 지원과 민간의 협력이 절실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조성된 산업단지는 지역의 명소가 되고 이를 활용한 장소마케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파주출판도시와 구로 디지털단지의 성공이 산업단지에 문화 입히기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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