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못한 사회 …귀성길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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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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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환 문화레저 부장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길고 지루하고…비까지 잦았다. 그래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오나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더니 벌써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연례행사처럼 극심한 정체로 또 한바탕 몸살을 앓을 것이다. 올 추석연휴기간 귀성객은 25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연휴는 회사에 따라 최대 10일을 쉴 수 있다고 한다. 긴 연휴로 인한 귀성·귀경길 분산과 부모님들의 역귀성, 그리고 도로 확장으로 조금은 편해졌을지 모르겠지만 귀성길은 여전히 고생길이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떠나야 하는 고향 길은 어떻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귀소본능인지도 모른다.

‘정들면 고향’이라지만 고향은 채워도 채워도 다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각박한 도심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를 고향에서 찾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허전한 가슴 한 구석을 치유하고 새로운 내일을 충전한다. 고향은 어떤 어려움도, 고통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안이다.

이번 추석 연휴 기업들은 평균 4.8일을 쉬고 상여금은 101만7000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상여금은 지난해에 비해 3만6000원이 늘어났고, 지급 기업 비율도 3.7% 높은 74.3%로 나타났다. 추석경기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52.9%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악화했다’는 답이 26.1%, ‘개선됐다’는 답은 21.0%였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악화했다’는 답이 10% 높았다.

지표상으로는 경기상황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이나, 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이런 통계수치는 배부른 소리다. 서민들이 느끼는 생활 체감경기는 살인적이다. 정부가 추석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호박, 오이, 고추, 상추 등 주요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과일 가격도 폭등해 차례 상에 배, 사과 올리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청년층의 실업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4억 명품녀’ 진실공방까지 더해 입맛이 쓰다. 사건의 본질은 가진 자들의 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인데, 출연자와 방송사가 서로 ‘네 탓’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는 대다수 국민인데 오히려 가해자가 서로 피해자라고 나서는 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벌은 돈을 소비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개인의 능력으로 번 돈이 아니라 부모의 돈으로 명품 치장을 하면서 서민들을 내려다보는 그릇된 과시욕과 물욕(物慾)이다. 여기에 말초적 자극을 노린 일부 언론의 가세가 우리들의 가슴에 시퍼런 멍을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사회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이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진정한 부자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라’는 말이 있다. 현대판 정승들도 하는 행동이 영 못 마땅하다. 조선시대 ‘음서제’가 부활이라도 한 듯 유명환 전 외무장관 자녀 특채 파문으로 인한 여파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온갖 감언이설로 우리사회를 호령하던 총리와 일부 장관후보들이 청문회에서 보여준 옹색한 변명거리는 분노보다는 측은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금 청와대는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기조로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기업에게는 중소기업과 더불어 사는 ‘상생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요구하는 ‘공정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이번 조치가 집권 3년차의 군기잡기는 아닌지, 이름만 바꾼 비리척결이라는 ‘공수표’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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