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지난 몇년간 '로또 당첨'으로 불리며 '분양 대박'을 이어갔던 인천 청라지구가 '절름발이'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인천시 서구 청라동 일대에 건설되는 청라지구는 입주를 시작한 단지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아파트로 지구 전체가 공사현장처럼 어수선하고 복잡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3개 지구(송도·영종·청라) 중 국제금융 및 휴양레저 도시로 조성중인 청라지구는 지난 7월 △자이(884가구) △중흥S클래스(174가구) △웰카운티(692가구) 등이 입주를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모두 34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 단지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사람이 사는 곳인지 의심할 정도로 단지는 활기가 없다. 주변 공사현장의 인부들만 가끔 눈에 띄었다.
입주가 시작된 단지내 상가에는 부동산중개업소만 문을 열었을뿐 다른 상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시작 3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다고 귀뜸했다.
◆ 부족한 교육 인프라
청라지구에는 초교 8개, 중학교 6개, 고등학교 6개, 국제학교 1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개교한 학교는 A18구역 앞에 지난 1일 문을 연 청라초교가 유일하다. 이 학교 학생수는 180여명에 불과하다.
이 곳은 9월말까지 1600여가구가 입주를 마칠 계획이었다. 또 내년 3월까지 18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내년 3월까지 개교할 학교는 청라초교 외에 4개교(초은초·청라중·청라고·초은고)에 불과하다.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미루는 이유가 자녀들의 학교문제가 크다는 이유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 9월1일에 개교한 청라초등학교(오른쪽)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청라중학교(왼쪽).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입주예정자 김모씨(청라 자이)는 "두 아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입주를 늦출수 밖에 없었다"면서 "학교가 없을 뿐만아니라 내년에 중·고교가 개교한다 해도 학생수가 적어 특목고나 대학입시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 지구밖 이동에 불편한 교통상황
청라지구 밖에서 지구내로 운행하는 버스는 모두 3개 노선<아래 표 참고>이며 철도는 동암역(경인선)·검암역(공항철도)·작전역(인천1호선)으로 이동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세 노선 중 배차간격이 가장 짧은 904번은 12~18분이며, 2-1번·42-1번은 30분 이상으로 '시외버스'나 '농어촌버스' 수준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또 청라지구 주변 주요도로인 서곶로와 경명대로는 상습적인 정체도로 인데다 청라지구 북측 인천공항고속도로 나들목은 2012년 말에야 개통이 가능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서울 출퇴근은 물론 인천시 도심으로 이동하기도 힘든 교통인프라는 청라지구 입주율을 낮추는 또다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청라지구 운행 버스노선 (2010년 9월27일 현재) |
청라동의 한 주민은 "집은 새집이라 좋지만 다시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서울은 물론 부평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도 힘들어 살수가 없다"고 말했다.
◆ 미분양 택지 쌓이고 깡통아파트 속출
청라지구 교육·교통 인프라 부족은 낮은 입주율, 아파트 가격 하락, 택지분양 저조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준공이 완료된 아파트는 저조한 입주율과 매수수요 단절로 분양가 보다 떨어진 '깡통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의 전세시장 강세에도 이 지역 전세가는 분양가의 20% 미만에 매물이 나와있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지난 2007년 12월 5억8270만원에 분양된 '청라 자이' 147㎡C형의 경우 현재 4억7000만~4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같은 아파트 180㎡형도 분양가는 7억9700만원이었지만 6억7000만원짜리 매물도 있다.
지난해 4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 지역 단독택지는 올해 계속된 미분양 끝에 대폭적인 할인가격에 수의계약으로 처분하고 있다. 현재 77필지를 6월 분양가 보다 20% 할인해 공급하고 있지만 계약자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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