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볼링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국. 그중에서도 PBA 투어 20개 토너먼트에는 날고 긴다는 최정상급 프로 선수 중에서도 상위 64명만이 참가할 수 있다.
PBA 투어에 새로 참가하려면 64위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지역별 대회에서 꾸준히 승수를 쌓아 랭킹을 끌어올려야 하다. 설령 64위 안에 들더라도 매년 최하위 10명은 지역별 대회로 강등시키고 `시즌 트라이얼' 대회를 통해 10명을 새로 뽑아 투어급으로 올려보내는 등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이같은 엄격한 규정과 대회 참가비 등 제반 비용 때문에 미국인 외에 PBA 투어에 참가하는 현역 선수는 양손 볼러 제이슨 벨몬트(호주)를 비롯해 유럽과 중남미 출신 등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9년 한국 프로볼링 간판 정태화(43.DSD한독)와 김영필(진승무역)이 PBA의 추천으로 5개 투어 토너먼트에 참가해 최고 30위권의 성적을 거둔 적이 있지만 입상은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정태화와 최원영(DSD한독), 박종수, 정서학(브런스윅A) 등 프로선수 4명이 PBA 추천으로 시즌 트라이얼에 도전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구용진이 한국 선수로 처음 우승한 월드시리즈 대회도 지난해까지는 일부 외국 선수 외에는 PBA 소속 선수들만 참가해왔다. 지난해에는 정태화(DSD한독)가 PBA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바 있다.
하지만 PBA가 올해부터 아시아나 유럽 등 외국의 프로ㆍ아마추어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덕에 한국 선수들도 월드시리즈를 구성하는 PBA 타이틀 5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정상급 선수 252명이 참가한 올해 월드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 구용진은 5개 대회 중 4번째인 스콜피언 챔피언십에서 상위 5명이 진출하는 파이널에 4위로 진출, 결승까지 4연승을 달린 끝에 1위로 파이널에 오른 한국 아마추어 김준영(30.인천교통공사)을 누르고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만5천달러를 받게 된 그는 최종전 성격의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출전 자격도 얻었다. 5개 월드시리즈 대회 우승자와 5개 대회 예선점수가 상위자 등 8명이 내년 1월 다시 모여 자웅을 겨루는 자리다.
지난 1997년 프로볼러 4기로 프로에 입문한 구용진은 흔치않은 왼손 볼러로 국내 프로볼링(KPBA) 통산 4승을 기록중이이며 KPBA 포인트랭킹에는 32위에 올라 있다.
필리핀에서 열리는 국제 오픈대회인 `유로메드 스톰 인터내셔널 오픈'에서 2003~2004년 2년 연속으로 우승한 적이 있지만 국제대회 경험도 많은 편이 아니다.
한국 프로볼링(KPBA)에서 최대인 10승을 올리고 지난해 일본 무대까지 평정한 정태화와 KPBA 포인트랭킹 4위에 올라있는 차세대 주자 최원영 등 함께 출전한 선수들보다 경력은 화려하지 못하지만 레인 상태에 맞춰 새로 공을 준비하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등 베테랑다운 노련한 경기 운영이 승리를 도왔다.
구용진은 "참가비 등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그동안 미국 무대를 두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처음 출전한 PBA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며 "쟁쟁한 경쟁자들을 만났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하려 노력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름칠 양과 모양이 다른 2개 레인에서 파이널이 열렸는데 거기에 맞춰 새로 공 2개를 주준비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덕분에 옛날 구질이 살아난 것 같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년 1월 최종 챔피언십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