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M&A)을 선언했던 포스코의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칫 무리한 인수로 이어질 경우 자금건전성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 주가는 지난달 6일 54만4000원 단기 고점을 찍은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는 45만원대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올 초 63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시가총액에서도 꾸준히 2위를 지켜오던 포스코는 최근 현대차에 추월당할 위기를 맞았다.
▲ 연초 이후 포스코 주가 흐름 |
◆ 다음 인수 대상은? 관련 주가만 상승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시장은 다음 타자가 누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대상자에도 포스코가 유력하게 꼽히는데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대한통운까지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태다.
대한통운의 경우 지난 17일부터 공동 최대주주인 대우건설의 지분(23.95%)이 산업은행으로의 피인수를 앞두고 포스코로 팔릴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포스코가 주당 16만원에 인수한다는 설이 돌자 대한통운은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최근 "대우조선의 매각 준비가 끝났으며 현대건설 등의 절차가 끝나면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빠른 시일 내에 매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가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고 있다.
포스코 측은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통운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포스코는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한 바 있어 이번 인수전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투자자들 근심 높아져... 차입금 증가 우려
M&A가 가시화되면서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현금성 자산이 2조9866억원으로, 현대차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 두 번째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 탓에 자금건전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포스코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1130억원에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올 3분기 7조8840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때 해외에서 7억달러 가량을 차입하는 등 현금 확보를 위해 외부차입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이 투자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 M&A외에도 '다사다난'...주가는 '미지근'
포스코의 주가가 부진을 겪는 것이 M&A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9일 포스코가 열연강판 생산을 늘리기 위해 광양에 열연공장을 신설키로 결정했다고 밝히자 향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철강 관련주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철강업황의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이번 증설건도 단기적으로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업종 주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개별 철강업체의 가격협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지환 동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에 의한 증가분을 국내외에서 흡수하며 산업 자체가 커져 이번 충격도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개별 철강업체의 가격협상력이 약해지는 점을 막기 힘들 것"이라며 "철강재 수요가 추세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때까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조건상 향후 포스코 주가가 상승하기보다는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하종혁 KT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M&A뿐 아니라 지분 취득 등의 활동을 하는 등 자회사를 통한 다방면의 신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현금 유출은 불확실성 높은 철강 시황 전망과 결합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포스코 주가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모멘텀 약화로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된다"며 "초단기적으론 현대하이스코나 세아제강 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겠지만 대장주인 포스코의 본격적인 상승이 나타나야 이들 종목들의 상승 탄력도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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