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열 해외건설협회 인도지부장 |
12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의 경우에도 연간 8~10%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아직도 태부족인 전력을 비롯해 도로 항만 공항 철도 교량 등 인프라부분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다수의 프로젝트가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재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당부분 민간으로부터 자금이 조달되는 PPP형태로 발주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이미 인도에서 수주, 시공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도 바로 이러한 PPP사업권을 확보한 디벨로퍼들로부터 수주한 것이다. 일부는 형식적으로 최소한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형태도 있다. 인도에는 이러한 종류의 PPP사업이 흔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Reliance, Tata, GVK, GMR, Jindal, Punj Lloyd, Adani, Hidustan 등 많은 현지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디벨로퍼로 참여해 큰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수행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력부문 발주처 인사와 얘기를 나눈 적도 있고, 인도의 EPC 능력이 모든 분야의 인프라를 건설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하는 유력인사와도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머지않아 중국이나 인도기업과 우리기업의 기술 우위 격차가 좁혀 지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도 기술력만 가지고 승부하기에는 벅차다는 결론이 나오며 디벨로퍼로서의 또 다른 아성에 도전해야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동지역의 EPC 공사 수주가 우선순위이겠지만 인도를 포함하는 아시아권 일부 국가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재원조달은 물론, 공사 완공후 운영까지 책임을 지는 BOT(수익형 민자사업)방식 등의 다양한 사업영역 구축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타당성조사와 실제 사업추진에서의 괴리감, 사업집행 중 수시로 변동 가능성이 있는 세금, 법령 등 국가정책상의 문제, 주민과의 갈등, 그리고 복잡한 환경문제 등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가 피해갈 수 없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 전문기업을 국가 또는 정부차원에서 육성해 새로운 도전 무대로 오르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인프라펀드를 추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진출 국가나 타 기업들의 프로젝트 추진 사례를 연구해 벤치마킹을 하고, 해당부문에 걸맞는 전문가와 전문집단을 육성해야 한다. 사업추진상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도록 국내 또는 제3국의 유력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도모하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에 접근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도 스마트한 디벨로퍼가 육성돼 수익성 있는 양질의 해외사업을 수주해야 한다. 아울러 시공사들에 비해 해외진출이 미미한 엔지니어링사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뿐만 아니라 갈수록 협소해지는 국내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상의 문제점이나 경험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해결하는 등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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