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 심화로 중산층이 붕괴하는 게 문제다. ‘불안사회’의 대책은 무엇인가.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 한국사회가 양극화 되면서 불안한 상태가 된 것은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경제 흐름을 지배하면서 승자독식의 현상이 나타났다. 국가별 계층별 양극화가 근본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번째는 자동화 기계화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굉장히 떨어졌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위주 정책을 펴다보니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양극화로 우리 사회는 이념. 지역. 빈부. 도농. 기업. 노사. 세대. 교육 갈등 등 8갈래로 나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장위주, 대기업 중심의 효율성만 강조하지 말고 중소기업 서비스업 고용을 늘려야 하며 성장과 배분이 선순환하는 구조로 나가야 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OECD통계를 보면 한국은 자살율, 가족해체율, 이혼율이 상위에 속한다. 열심히 일할 사람들이 믿을 만한 신뢰나 공공부문의 제도가 없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희망이 없다보니 자포자기 하고 중산층이 없어지고 빈곤층이 늘면서 빈부간 부딪히니깐 사회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덕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공공부문이 보호해야 할 서민들을 보호하지 않는 게 문제다. 신자유주의라는 국제적 흐름속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이 소외된 이들에 대해 보호해야 불안사회에서 탈피할 수 있다.
▲이재만 변호사= 소득 양극화는 실직을 했거나 소득이 있어도 가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정년이 앞당겨져 많은 돈이 필요한 50세 초반이면 대개 은퇴를 하는데, 이들이 새직종을 구하기 어렵다. 2020년이면 노인층 인구가 30%를 넘는데 노인대상 직업이 개발조차 안된 상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새로운 직종에 맞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소득분배 불평등이나 빈곤지수가 악화됐다. 우선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면서 중요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았고 성장률 1% 당 고용창출력도 5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단기책으로 고소득층의 소득을 깎아, 저소득층에게 주는 식의 정책을 썼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소득 층의 소득을 내렸을때 가장 피해를 본 그룹이 저소득층이란 점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투자를 안하고 결국 가난한 계층의 소득만 떨어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본격 추진한 복지정책도 실효성이 없었다. 우선 복지수혜 타깃층이 너무 넓다. 우리 경제는 보편적 복지를 말할 수준의 경제발전 단계가 아니다. 지난정부, 현정부 모두 포퓰리즘에만 빠져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차상위계층이나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이 변호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과거에는 효율과 능률을 강조한 성장위주 전략이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지금은 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분배를 해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 성장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서 성장과 분배의 양은 국민 의사를 정확히 수렴해 동의와 합의를 거쳐 국회 등의 대화의 장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이 전 총장= 그간 단기간에 경제가 발전하다 보니까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의식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서로 돕고 살던 우리의 전통문화나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더욱 불안사회가 됐다. 그간 복지정책은 소득보전차원의 인기영합적 성격이 강했다. 가난하니 돈 줄께 한번 살아봐라는 식이었다. 이제는 교육훈련을 시키며 패자부활의 기회를 준다던가 생산적 복지로 가야 한다. 인적자원에 새로운 투자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복지가 돼야 한다. 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패자가 되면 짓밟아 도저히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의식에서 탈피해 패자가 승자가 되는 패자부활이 값진 삶이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교수= 복지정책 보다 우선적으로 건강한 가치관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경쟁해서 이기려고만 하는데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를 깊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컨트롤해야 하는데 상황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1등 아니면 완전히 죽는다는 식의 사회풍토로 인해 그들의 희망을 버리게 됐다. 경쟁은 하되 경쟁에서 진 사람도 기회를 줘 사회에서 역할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강 교수= 그간 빈곤층 대책은 현금을 주고 소득을 늘려주는 기조였는데 절대적 빈곤개념에서 13%정도의 대상 중 4분의 1일인 100만명 정도는 아무런 지원을 못받았다. 부양가족 유무 등으로 사실상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이다. 차상위계층은 ‘올 오아 낫싱(AII OR NOTHING)’이다. 최저생계비를 넘어서면 아무런 지원도 못받는다. 돈벌이가 생계비보다 적으면 아예 일을 하지 않거나 돈이 급하면 위장취업을 해버리는 경우가 그래서 생긴 것이다. 생계비를 전후로 한 빈곤정책이 없는 게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의 보완이 시급하다.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의 폭력 및 갈등, 폭력적 시위 문화 등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이 전 총장= 국회 폭력은 우리나라 지도계층의 집단 이기주의, 배타주의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들은 국민이 아닌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싸운다. 여야 막론하고 당에 잘 보여 공천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주먹질이라도 해 당지도부에 점수를 따야겠다는 심산이다. 매해 반복되고 매번 보는 일이지만 국회 폭력 국회의원들이 직을 걸고 반성해야 하고 개선이 안된다면 사표라도 써야 한다.
▲이 변호사= 국회의원들은 이타적 목적이 아닌 집단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폭력만 일삼고 있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 선거를 통해 자질이 없는 의원들을 탈락시키면 되는데, 시민들도 직능.지역별 집단 이기주의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에 국회 폭력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선진 외국의 의회제도 등을 많이 보도하면 시민의식도 성숙해 자질 없는 의원들을 낙선시킬 것이다.
과거에는 저항권의 일종으로 폭력적 시위가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는 폭력적 시위가 없어도 자신의 주장을 펼 방법이 많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화하는 것은 시위보다 더 파워가 크다.
▲이 교수= 공천제도나 당내 여러가지 이권관계가 연결돼 있고, 당내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아 이 같은 기본적인 경직된 폭력사태가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당이면 정권 목적으로 하는데 유권자가 싫어하면 안할 것이다.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국회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도 특정 의원들과 결탁해 형식적인 감시나 표창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반성하면서 건강한 국회 모니터링을 하는 시민단체가 있어야 한다. 의원 정책질의나 입법안 등에 대해 철저히 평가해 다음 선거로 연결시키고 공천받는데도 당에서도 무시 못할 정도로 신빙성 있는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게 시민사회의 책무다.
▲강 교수= 정치권의 폭력 등은 목적함수가 절대적으로 정치적인 게 문제다. 한나라당의 감세논쟁에서 일부 의원은 ‘다음 정권 잡기 위해’ 감세는 안된다고 외친다. 경제나 국민적 이익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국회 폭력은 100% 내부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야 한다.
민주주의 발전단계를 거쳐 시위가 양성화되면서 아직도 감상적인 측면이 남아있다. 소수나 사회적 약자의 폭력에 대해선 우리사회의 관용이 깊은데 이 부분은 빨리 고쳐야 한다. 불법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강자든 약자든 절대적으로 허용돼선 안된다. 사전적으로 시위를 막아선 안되지만, 불법적 행위가 있다면 사후적으로는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이 전 총장= 현재 시위는 사회적 약자가 기회를 박탈당해 기회를 달라는 차원에서 또다른 표현의 저항권이다. 양극화의 피해자나 살길이 막막한 이들이 현장에 나서 시위를 벌이며 하소연하는 것이다. 무조건 (불법.폭력 양상의) 시위가 안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시적 갈등을 극복하는 ‘상생’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이 변호사=상생이 윈윈전략으로 되려면 상대의 입장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자기 소리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야 한다. 우선 대화나 소통의 장을 만들고 사전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서 룰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교수= 각 역할 주체가 강해야 상생이 된다. 대학의 경우 재단, 동창회, 교수단, 학생자치기구 등 각 단위가 강해야 건강한 관계를 서로 유지할 수 있다. 기업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이 중요한데, 그 선결조건으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방위산업체인 한화와 풍산은 터지지 않으면 불발탄으로 남아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집속탄을 생산하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금지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고 국제사회가 투자를 철회하는 등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의 윤리성 사회적 책임이 함께 갈 때 기업도 상생구조를 만들 수 있다. 순수한 이윤추구 위주 기업은 결과적으로 사회에도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좋은 이미지가 가질 수 없다.
▲이 변호사= 대기업이 이익 극대화하고 원가 절감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다 보면 나쁜 상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결국 리콜사태를 불러온다. 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조들과 하청 노조들도 상생해야 한다.
▲강 교수= 양극화 관점에서 상생을 논의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다극화 사회라는 입장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 가령 강북과 강남의 상생은 잘못된 표현이다. 강남 방배동에도 못사는 사람이 많다. 롯데마트 5000원짜리 닭 판매 논란에도 볼 수 있듯 대형마트와 중소체인점간 상생만을 말해선 안된다. 싼 값에 닭을 먹을 권리가 있는 소비자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만 강조하지 중기내 1, 2, 3차 하청 기업간 갈등은 신경 쓰지 않는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워크아웃 정책을 쓰면서 중소기업의 부채상환기간을 유예하자, 이 기업들은 덤핑을 해 가격을 내렸다. 때문에 기업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오히려 중소기업간 상생을 저해했다. 우리는 상생을 기본적으로 다극화된 사회임을 감안해 국가적인 후생이 얼마나 늘어나느냐를 봐야 한다.
▲이 전 총장= 우리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다원적 차원에서 상생이 필요하다. 각자 신분이나 소득,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말로만 상생을 외쳐선 안된다. 사회적 패배자, 소외계층에게 희망과 기회를 줘야 상생이 된다. 평생교육체제를 통해 신분상승과 다른 직종의 취업을 가능케 해야 한다. 대기업과 부자에 감세를 한다고 경제적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쓸 수 있는 모든 정책, 모든 수단 동원해서 중소기업 살리겠다. 일자리 만들겠다고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교육과 경제에서 기회와 희망을 줘야 상생사회가 가능하다.
-한반도 리스크 증폭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하나.
▲이 교수=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한 지난 3년은 정부 책임이 크다. 과거 대북정책은 정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가졌는데 현 정부가 이를 너무 무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 정권들에서 남북이 합의한 6.15나 10.4 선언 등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때 상당수준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잘 구축했다면 연평도 도발은 없었을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남북관계를 북핵폐기와 연계하는 경직된 정책으로 문제가 많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 한마디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폐쇄사회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군사적으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되 비정치군사적으로는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인도적 지원도 해 남북간 대화채널을 여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북정책 면에서 적대적 근본기조를 바꿔야 하며 평화 외교, 통일 외교도 치중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는 게 문제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까 한중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6자회담 등 다자회의에 참여해 국제사회의 많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회담에 나서야 중국과의 외교도 가능해진다.
▲이 변호사= 평화 통일로 가기 위해선 우리 국가발전을 극대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통일을 원치않는 주변 4강 세력을 극소화시켜야 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통제된 사회여서 국제정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급속한 자유화 전개되면 붕괴되고 만다. 따라서 남북경제 협력으로 자유화의 바람을 넣어야 한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져 아예 교류의 문을 닫는 상태로 빠지진 않게 하되 경제력이 커져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도 커지게 해선 안된다. 적절한 수준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강 교수=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은 2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우리힘으로 비핵화할 수 없고 또 하나는 경제적 유인인 사회간접자본투자는 북한이 받기에는 현신적인 것이었다. 북한이 개방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하면 돈을 갖다주고 무마하는 지난 정부식 대북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다양한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등은 지속적으로 북에 제공해야 하지만, 그 외의 교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도 폐쇄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이 교수= 개성공단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일종의 지렛대다. 그나마 남북을 잇는 라인은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사무소가 유일하다. 이를 통해 북한에 평화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통일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남북간 교류협력은 이어져야 한다.
▲이 전 총장= 북한을 볼 때 안보와 경제논리를 분리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 같은 일이 벌어지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한반도 경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개성공단을 확장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 남북 경제가 상생하며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문제와 관련한 남남갈등이다. 적대기조나 유화기조냐를 놓고 완전히 의견이 갈리는 게 문제다. 또 정권이 바뀔때마다 180도 대북정책이 바뀌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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