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때문에 사업 포기"...해외 시장 덤핑 수주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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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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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 건설사 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여전하다. 국내 주택 건설수주와 투자 부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묻지마 수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해외 시장에 사활을 건 업체들이 늘면서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돼 수주 환경이 그 어느때보다 악화되고 있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에는 고유가 지속으로 인한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와 중남미·아시아권의 경기회복 본격화 등으로 800억불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사, 중견사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해외로 몰리면서 국내 건설사 간 심각한 저가 투찰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발전 플랜트 등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A사는 최근 리비아에서 3000억원 규모의 건축사업을 두고 국내 중견사인 B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공사는 기술점수 65점, 가격 점수 35점 등을 합산해 높은 점수를 기록한 업체가 낙찰받게 된다. A사는 B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건설 실적이 부진하자 가격을 낮춰 써내는 방법을 택했다. A사와 B사 간 가격 격차는 무려 20% 이상. A사가 낙찰 받게 된다면 결국 덤핑 수주가 되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일감 확보가 어려운 데다 해외에선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다보니 가격을 낮추는 방법 외엔 없다"며 "'남느냐, 안 남느냐'는 사실 추후 문제"라고 말했다.

A사에 비해 기술심사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확보한 B사도 걱정이 태산이다. 발주처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1, 2위 간 가격차가 심한 경우 30% 이상 벌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수주할 능력이 되지 않는 국내 업체의 저가 투찰로 인해 발주처의 가격 할인 요구 때문에 수주를 포기한 프로젝트가 한 두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에서도 도심 지하철(DTL) 3단계 공사를 따내기 위해 국내 대형건설사와 중견사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과당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내 한 대형사가 덤핑수주한 건축사업이 중단됐다 다시 재개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토해양부가 해외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한다지만 뿌리 깊은 관행이 뽑힐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저가 투찰로라도 수주를 해야하는 업체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경쟁력 저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나친 외형 부풀리기식 묻지마 수주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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