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에는 고유가 지속으로 인한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와 중남미·아시아권의 경기회복 본격화 등으로 800억불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사, 중견사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해외로 몰리면서 국내 건설사 간 심각한 저가 투찰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발전 플랜트 등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A사는 최근 리비아에서 3000억원 규모의 건축사업을 두고 국내 중견사인 B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공사는 기술점수 65점, 가격 점수 35점 등을 합산해 높은 점수를 기록한 업체가 낙찰받게 된다. A사는 B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건설 실적이 부진하자 가격을 낮춰 써내는 방법을 택했다. A사와 B사 간 가격 격차는 무려 20% 이상. A사가 낙찰 받게 된다면 결국 덤핑 수주가 되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일감 확보가 어려운 데다 해외에선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다보니 가격을 낮추는 방법 외엔 없다"며 "'남느냐, 안 남느냐'는 사실 추후 문제"라고 말했다.
A사에 비해 기술심사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확보한 B사도 걱정이 태산이다. 발주처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1, 2위 간 가격차가 심한 경우 30% 이상 벌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수주할 능력이 되지 않는 국내 업체의 저가 투찰로 인해 발주처의 가격 할인 요구 때문에 수주를 포기한 프로젝트가 한 두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에서도 도심 지하철(DTL) 3단계 공사를 따내기 위해 국내 대형건설사와 중견사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과당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내 한 대형사가 덤핑수주한 건축사업이 중단됐다 다시 재개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토해양부가 해외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한다지만 뿌리 깊은 관행이 뽑힐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저가 투찰로라도 수주를 해야하는 업체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경쟁력 저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나친 외형 부풀리기식 묻지마 수주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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