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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논란은 흥행을 불러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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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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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1. ‘영구는 없다’

‘라스트 갓파더’를 봤다. 지난해 말 쯤 언론시사회가 열렸고, 기대작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디 워’ 논란의 주인공 심 감독이 분신 ‘영구’를 내세워 세계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를 공략하겠단 포부를 담았다.

기대가 컸다. ‘디 워’의 실망감을 채워줄 기다림이 컸다고 봐야겠다. 개봉 전 드러난 내용만 살펴봐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부’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적절히 섞은 스토리, 할리우드의 명배우 하비 케이틀의 출연, 무엇보다 80년대 안방극장을 뒤흔든 영구가 돌아온다니…. 드디어 심형래의 영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인가.

자 뚜껑이 열렸다. 2:8 가르마에 고무신을 신은 영구. 어설픈 영어와 화면 가득 드러난 주름살. 환갑을 바라보는 ‘영구’의 몸 개그가 스크린을 수놓았다. 웃기냐고?

글쎄, 미국식 웃음 코드가 이런 건가. 아니면 영화적 소양이 부족한 기자의 이해도가 심각한 내적 문제를 유발한 것인가.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쏟아지는 하품과 내려앉는 눈꺼풀이 기자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다. 올라가는 스크롤 속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체 내가 뭘 봤지. 영구가 나왔지만 분명 영구는 없었다. 웃음도 함께.

2. 퍼지는 입소문…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입맛대로

기본적 영화 구조와 문제점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와 생략하겠다. 기자 역시 본 코너를 통해서 언급한 바 있다. ‘디 워’ 논란 당시부터 이어진 소재 중심의 구성이 억지 설정과 강압된 웃음만을 요구한다.

대략의 영화 내용은 이렇다. 미국의 마피아 대부가 상대파의 공격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했고, 한국여인과 눈이 맞아 아들을 낳았다. 그가 바로 영구다. 나이가 든 대부는 영구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영구에게 마피아 수업을 맡긴다. 하지만 영구가 어떤 인물인가. 

하는 일마다 문제를 일으키고, 급기야 상대파 보스의 딸과 눈이 맞는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영구가 보여준 숨은 재능이 ‘황당함’과 ‘웃음’을 요구한다.

‘미니스커트’를 개발하고, 한 패스트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가 영구의 손에서 탄생됐다. 뭐 영화적 재미로 넘길 수 있는 설정이다. 보기에 따라선 지극히 단순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선 동네 중국집 정체불명 ‘짬뽕밥’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어찌됐든 전체적인 그림은 성인 관객의 개념보다는 10세 미만을 타깃으로 삼으면 딱 좋을 듯하다. ‘엉망진창’으로 치부된 전작 ‘디 워’에 비해 매끄러운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라스트 갓파더’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심형래가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또 다시 소재에만 집착해 스토리를 제껴버린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토리는 그럼 대체 뭐냐. 이 조차도 없다면 영화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기자가 초딩시절 극장에서 관람한 ‘영구와 땡칠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현재 ‘라스트 갓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하며 개봉 수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체 이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지.

3. ‘불량품’ 논란…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른바 ‘심빠’들이 들고 일어선 사건이 발생했다. 심 감독의 천적으로 불리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이번 ‘라스트 갓파더’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를 다시 들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불량품은 ‘디 워’를 말하며, ‘라스트 갓파더’ 역시 이와 동등할 것이란 주장이다.

심 감독이 여러 영화계 인사들에게 공격 아닌 공격을 당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좀 더 쉽게 풀자면 스스로가 자처한 인상이 크다. 그가 세계 시장을 본 시작점 ‘용가리’때부터 마케팅의 기법으로 활용한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충무로와 애국심 그리고 할리우드.
이번 영화 역시 이 세 가지에 넘칠 정도로 충실해 있다. 

“왜 한국에는 미스터 빈이나 찰리채플린이 없냐”란 발언이 첫 번째다. 충무로의 외면과 실력 부족을 꼬집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디 워’ 당시 평론가들의 맹비난에 대처하며 보여준 애국심은 이번엔 비교적 흐려졌다고 해도 끈은 이어져 있다. 

자신의 개척자적 정신을 강조한 면이 그렇다. 이는 할리우드 시장 공략의 또 다른 대상으로도 삼는다. 안티 팬들의 눈꼴이 시릴만하다.

영화도 예술이다. 예술은 부분적이지만 정리와 통제가 필요한 분야다. 껍질 속 알맹이가 진짜인지, 알맹이의 겉을 둘러싼 껍질이 중요한지는 각자의 판단 몫이다.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인 견해 든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코너 이름이 생트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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