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국민들은 근년 들어 두 나라의 상호의존성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을 지켜보아 왔다. 미국의 생산과 일자리가 갈수록 더 많이 중국으로 외주(外注)되고, 미국인들이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갈수록 더 의존하게 되며,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1조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서, 미·중 관계는 미국 일반시민들과 기업인들에게 갈수록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 미국은 ‘세계의 공장’중국이 생산한 각종 상품을 소화해 주는 세계최대 시장이다. 또 중국에 미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미국 국채라는 형태로 안심하고 맡겨 둘 수 있는 주요 투자 대상국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경제적 상호의존도에 있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어 버렸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총액은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 총액보다 크다. 만에 하나 미국이 대중(對中) 수입을 끊는다면 중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07년 미국에서 간행된 여성 언론인의 저서 『중국산 없이 살아보기』에서 저자가 실토했듯이, 대부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값싼 중국산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품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근년 들어 결정적인 단계로 진입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은 ‘양적 완화’라는 이름 아래 엄청난 돈을 두 차례(2008년 1조 7000억 달러, 2010년 6000억 달러) 풀어 경기부양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정책은 중국의 자금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1조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여 미국경제에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돈은 주로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로 벌어들인 것이다. 이렇듯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서로 긴밀하게 물고 물리는 관계다.
중국은 이번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45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對美) 수입 보따리를 풀었다. 여기에는 보잉 여객기 200대를 구입하는 통 큰 계약도 포함됐다.
보잉사는 거대기업들인 중국국제항공공사,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와 손잡고 중국 항공시장을 위해 혁신적인 차세대 항공유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력회사인 화능국제전력(華能國際電力)은 미국의 듀크에너지와 공동으로 더 깨끗한 석탄 연소와 탄소 제거를 위해 필요한 첨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물론 두 나라 사이에는 중국의 불투명한 무역관행,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 미국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하는 위안화 가치 등을 놓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의 큰 테두리 속에서 두 나라 간 ‘전략적 국제분업’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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