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국장 겸 |
“공정거래협약 이행도 배점을 49점에서 70점으로 대폭 강화하고 1차 협력사 위주 단선적 평가를 지양하는 등 중소기업계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다. 특히 화학ㆍ비금속ㆍ금속 등 업종에서는 원자재 독점공급 대기업과 수요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정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등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기로 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은 불만을 나타냈고, 중소기업은 크게 환영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은 모두 56개다. 전기 전자에 삼성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11개사, 기계 자동차 조선에 현대차·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15개사, 화학 금속에 포스코·GS칼텍스 등 10개사, 건설에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12개사, 도소매에 롯데쇼핑·신세계 등 3개사, 정보통신에 KT·SK텔레콤 등 5개사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이 얼마나 상생을 실천했는지를 수치로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대기업이 실천한 실적과 중소기업이 평가한 것을 점수로 따진다. 실적평가는 금융자금 지원규모, 현금결제 비율 등이, 체감도 평가에는 산업재산권 탈취·부당한 발주취소·납품단가를 포함한 거래 조건 등이 주 메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3개월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차 체감도 평가를 진행한다. 이어 내년 초까지 대기업 실적 평가와 중소기업 2차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 결과는 공개된다. 어떤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상생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를 공개해서 동반성장을 촉진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운찬 위원장은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반성장 성적이 좋은 대기업에는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말했다. 불만에 대해 당근을 던진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어 “대기업이 원가절감 등을 통해 초과이익을 냈을 때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프로핏 셰어링’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동반성장을 점수로 나타내고, 대기업을 줄로 세우기로 한 것은 동반성장이 정부의 생각대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폈으나 지금은 중소기업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친서민 행보도 결국은 중소기업을 생각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끈다. 먼저 동반성장 점수를 중소기업이 매기게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이점이 껄끄러울 것이다. 중소기업이 좋은 점수를 주어야 점수가 높게 나오고, 동반성장을 잘하는 기업으로 발표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피부에 와 닿지 않으면 효력이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동반성장 얘기가 나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 했다. 눈에 나면 기술지원이나 납품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라도 중소기업을 서운하게 대할 수 없게 됐다.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협력사의 눈치를 봐야 할 지도 모른다.
또 하나 대기업의 초과 수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프로핏 셰어링은 확실한 동반성장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올 수익 목표가 100억 원인데 실제로 연말 결산을 해보니 200억 원의 이익이 났다면 초과 수익 100억 원을 중소기업에게도 일정한 금액을 떼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대기업에게는 악재요, 중소기업에게는 큰 호재임에 틀림없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13.38%의 영업이익률을 냈지만 1차 협력업체는 6.7%, 3차 협력업체는 0.1%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동반성장계획을 정부 뜻대로 추진하려면 대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동반성장의 성공은 결국은 대기업의 협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정이 있겠지만 동반성장계획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대기업과 협력사가 상생하는 길은 확실하게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사를 확실하게 돕는다는 생각을 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대기업의 도움이나 지원을 바랄 수는 없다.
(아주경제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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