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중동발 유가급등은 한국경제가 국제정세와 대외경제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는 대외의존도를 낮추면서 외환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율급등, 수입물가 관리 ‘비상’
지난달까지만해도 물가대책은 금리인상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늦장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인상 여파에 따른 서민들의 가계부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주춤했던 환율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물가상승 억제 수단으로 환율하락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품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 국내 상품가격으로 전가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오른 1131.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1134.8원 이후 최고치다.
리비아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이 여파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환율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에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환율 변동성도 문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전일 대비 변동률 기준)은 0.60%로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신흥국가 중 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1997년까지 0.2%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변동성은 대폭 커졌다. 물론 경제성장과 규모를 감안하면 변동폭이 다소 커질수는 있겠지만 위기때 특히 더 흔들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69%로 급등, 브라질과 남아공에 이어 3번째로 높기도 했다.
◆수출입 의존도, G20중 ‘1위’…환율 영향 불가피
문제는 한국경제가 대외변수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지난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수출 및 수입 의존도가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는 미국의 6배, 수입의존도는 브라질의 4.5배에 달했다.
그간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의 수출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이와 반대로 갑작스런 대외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것은 맞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리비아 사태 등 여러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내수 시장을 키우는 방법 밖에는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외환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서 환율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26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46차 동남아중앙은행기구(SEACEN)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 완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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