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집값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내집마련 수요'로 전환돼 이들이 서울보다는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부동산 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던 수도권 외곽 지역의 집값이 올 들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주택 매매가격은 올 들어 1.4% 오르며, 세계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이전인 지난 2008년 12월 당시 가격과 비슷해졌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화성·오산·의왕시 집값도 지난해 말보다 각각 1.5%, 1.3%, 1.1% 상승했다.
지난해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지역들도 모두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1% 올랐으며, 이중 용인 수지구는 지난해 말보다 무려 1.9%나 급등했다.
수지구 성복동에 위치한 동천태양 공인중개사무소의 박찬식 대표는 “서울 강남권의 전세난을 피해 내려온 전세수요자들이 용인 등에서 매매수요로 바뀌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전세값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매매가격도 따라서 올랐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였던 경기도 파주시 집값도 지난해 말보다 0.4%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1.6%,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1.0%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서 지난해보다 집값이 떨어진 지역은 김포시(-0.1%)가 유일했다. 하지만 김포시도 지난달부터는 집값 회복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곽 지역 집값도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해 말보다 가격이 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는 전세난으로 인해 매매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다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전세난으로 전체 매매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난에 따른 경매열기가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면서 경기도와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가율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아파트 낙찰가율은 전달(81.94%)보다 1.35%포인트 오른 83.2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75.93%)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83.41%로 전달에 비해 2.58%포인트 상승하며 최근 6개월간 가장 큰 폭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인천에서도 2.84% 상승한 80.78%를 기록하며 석 달 만에 다시 80%대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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