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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개월간 국제유가추이(단위 달러·출처 CNN머니) |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 중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06.95달러까지 급등했다. 마감가는 전일 대비 1.02달러(1.0%) 오른 배럴당 105.44달러로 WTI 가격은 중동 정정불안 사태 속에 지난 한주 동안만 무려 6.7%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가의 고공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국제 유가가 오는 6월 이전에 배럴당 200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6월 인도분 WTI가 배럴당 2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정점에 달했다고 전했다. 6월 인도분 WTI를 200 달러에 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건수가 옵션 거래 개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 달러 콜옵션에 투자한 이들이 이익을 보려면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5월 17일 WTI 가격이 배럴당 200 달러를 넘어야 한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각종 웹사이트에는 오는 11일과 20일을 ‘분노의 날(Day of Rage)’로 정하고 시위 동참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는 2009년 기준 하루 971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 전체 산유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리비아의 생산량에 비하면 6배나 많은 규모다.
잉시 유 바클레이스의 상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이후 유가 변동성과 콜옵션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를 보면 투자자들이 최근의 유가 급등세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산유국으로 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르그 키에너 스위스아시아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사우디까지 시위가 확산될 경우 집에 불을 피워야 할 지 모른다”며 “국제 유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소요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3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지원안을 제시한 것을 들어 “사우디가 돈을 풀어 시간을 벌었을지 몰라도 사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사우디에 대해 왕세자 술탄(83세)과 내무장관 나예프 왕자(71세) 등이 워낙 고령이어서 후계 구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오펙 일부 회원국들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초 원유 증산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나이지리아 정부는 수주 안에 하루 원유 생산량을 30만배럴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미 하루 생산량을 70만배럴 늘렸다.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오펙 회원국들이 다음달 초 본격적으로 증산에 참여하게 되면 현재 리비아 원유 수출 중단으로 인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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