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당초 이번 사건을 현지 공관원들의 사생활 문제에서 비롯된 단순 ‘치정(癡情)’ 사건 정도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밀유출 의혹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報恩)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자 당혹스론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부랴부랴 정부 합동조사단 구성과 상하이 현지조사 등을 지시하고 나선 것도 사건의 파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처음 인지한 건 올 1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로부터 관련 보고가 올라오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엔 사건이 이처럼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사건의 정황이 속속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중국판 마타하리’ 등 스파이 사건으로 몰고 가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자칫 외교마찰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대사관과 달리 총영사관은 다룰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사건 핵심인물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에게 “국가안위와 관련한 중대사안이 새어나간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덩씨에게 넘겨진 자료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사용된 이 대통령 ‘캠프’ 관계자들의 연락처와 이 대통령의 상하이 엑스포 방문 당시 일정, 그리고 영사관 내부 자료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에선 오히려 사건 자체에 대한 추궁보다는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를 주요국 재외 공관장으로 보낸 게 근본적인 문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김정기 전 총영사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도운 정치인 출신임을 지목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번역 오류 논란과 이번 사건을 연결지어 “차제에 정부 외교라인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상하이 사건과 FTA 번역 오류는 우리 외교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모습이다"며 "한마디로 국가 망신이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본 다음에 판단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외교라인 문책 등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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