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강진(진도 9.0)에도 불구하고 건물들이 곧바로 무너지지 않고,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은 일본 정부가 내진용 강재를 사용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도 내진용 강재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이미 관련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내진성능 향상에 대한 규정 강화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내진용 강재에 대한 규정을 두고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SN강재를 미국은 A992강재를 내진용 강재로 규정하고 사용을 법제화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구조 설계 시 강종의 선택은 대부분의 경우 용접성과 설계강도에 의해 결정돼 내진 설계 시 강종 선택을 위해 별도의 검토를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선진국 수준의 지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관련 법안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가 내진설계 관련 내용을 강화해 마련한 건축구조기준인 ‘KBC(Korea Building Code) 2009’을 마련한 데 이어 이보다 더 진전된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 등 10명에 의해 발의돼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이르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현재 3층 이상 건축물에서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일부 증축할 경우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보강과 건축물의 용도, 규모 및 설계구조의 중요도에 따라 내진등급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 이를 건축물 대장에 기재해 공표할 것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신규로 건설하는 모든 건축물의 특수모멘트골조, 중간모멘트골조, 특수중심가새골조, 편심가새골조, 좌굴방지가새골조 및 특수강판벽에서는 내진성이 뛰어난 강재인 SN 및 SHN강 또는 TMCP강을 사용해야 한다.
◆현대제철 등 수요 확대 기대
2004년 지식경제부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차세대 초대형 구조물용 강재(Mega Structure Steel)개발’을 통해 내진성능이 강화되고 미래사회의 수요변화와 요구에 대응하는 기술 향상을 모색했다.
이 정부과제에 참여한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5년여 연구 끝에 내진성능이 한층 강화된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SHN520, SHN570)과 초고장력 철근 개발에 성공했다.
‘SHN강재’은 현대제철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건축구조용 압연 H형강’으로 내진 성능 강화 H형강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미국의 건축 고조용 압연 H형강(ASTM A992) 규정에서 기계적 성질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 2005년 건축구조용 압연 H형강(SHN490) 개발을 시작으로 한발 더 나아가 2009년 하반기 SHN520, SHN570강종을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한국기술표준(KS)에 등재했다.
SHN강재는 △지진 발생시 파괴 유도를 통한 안전확보를 위해서 재료의 상항복점과 하항복점을 제한, 보 붕괴형(기둥이 붕괴되면 위험하므로)으로 만드는 것이고 △에너지를 소성변형으로 열 발생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며 △탄소당량 상한지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SHN강재들을 모두 상업생산 중에 있어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건축되는 각종 구조물에 내진용 강재를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많은 철강업체들이 내진용 강재에 대해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우리나라 건축물의 지진 안전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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