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예금과 부동산 시장은 재테크의 양대 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금리 지속과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3년 적립식펀드 붐과 함께 본격화된 펀드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주식형펀드 수탁고 규모가 100조원 수준으로 커질 만큼 이제는 재테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펀드를 통한 재테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펀드투자를 어려워하고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어하는게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보면 그전에 필요한 것이 펀드 선택일 것이다. 재테크 수단으로 펀드를 선택하는데 있어 국내외의 증시 및 경제 전망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펀드를 선택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안정적인 국공채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그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펀드투자한다고 할 때 이야기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그 선택은 펀드의 수익률 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사람들은 흔히 수익률을 중심으로 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좋은 펀드라는데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률만을 보고 펀드를 고른다면 좋은 펀드를 고르지 못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률 뿐만 아니라 몇 가지를 더 살펴 본다면 좋은 펀드를 고를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진다.
많은 재테크 도서나 전문가들이 어려운 지표등으로 설명을 하면서 특정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많은 펀드 중에서 일반인들이 그런 설명을 이해하고 펀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인들도 펀드를 고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쉬운펀드를 선택하라. 간혹 전문가들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의 특징을 가지고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설명된 펀드들이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버핏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산업(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렌버핏은 이런 철학 덕분에 정보기술(IT) 버블 당시 기술주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구조화 상품에 투자하지 않아서 전설적 투자자의 명성과 수익을 이어갈 수 있었다. 펀드 투자에도 이 원칙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이라면 복잡한 구조의 상품보다는 펀드의 구조가 단순·명확하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구조의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 운용규모와 트렉레코드를 살펴라.
펀드의 운용규모를 잘 살펴 보아야한다. 사람도 자기 몸에 적당한 사이즈에 옷을 입어야 활동하기 편하듯이 펀드에도 적정한 규모라는 것이 있다. 펀드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 혹은 너무 큰 경우 운용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운용규모와 더불어 트렉레코드를 같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트렉레코드는 펀드가 걸어온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트렉레코드를 보라는 의미는 운용기간이 일정기간(적어도 2~3년)이상이고 중장기 수익률 추이와 운용성과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라는 의미다.
셋째, 자산운용사를 살펴라.
펀드 가입은 은행, 증권사 영업점이나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펀드를 살수 있는 곳을 판매사(상점)라고 부른다. 상점 물건을 공급(펀드운용)하는 곳이 자산운용사인 것이다. 각 회사마다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의 흐름을 봤을 때 특정 스타일 펀드가 잘 팔린다고 하면 운용 철학과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상품들을 우후죽순 출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설렁탕 맛집이 있다고 했을 때 설렁탕 집에서 자장면이 잘 팔린다고 자장면을 팔기 시작했다고 하면 과연 설렁탕 집이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 집은 설렁탕에 특화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펀드 공장인 자산운용사도 설렁탕 맛집과 비슷하다.
최근 중동사태와 일본 대지진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 넣고 싶다. ‘펀드 투자 하는 마음이 편해야한다.’ 펀드를 가입하고 재테크를 하는 것이 단순히 물직적인 수익 추구만을 위해서 하게 되면 긴장과 초조의 연속일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수익 추구를 하지만 마음 고생을 한다면 좋은 펀드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쁜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펀드 투자에 앞서 본인 성향에 적합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 앞에서 이야기한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 전에 이루어 지면 좋을 것이다. 투자에 앞서 마음이 편해지는 조건이 더해진다면 앞의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과 합쳐져 “정말 좋은 펀드투자”의 필요충분조건이 완성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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