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본과 긴밀한 교역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흥국들이 강도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일례로 휴대폰을 비롯한 첨단 전자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D램 가격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11일 이후 8%나 올랐다. 지진피해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원전사태 속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액화 천연가스(LNG) 가격 역시 10~20% 상승했다. 일본 재건사업으로 목재 수요가 늘 것으로 점쳐지면서 말레이시아의 목재업체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렌 머과이어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지역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인플레 압력이 커졌다"며 "2000년 Y2K나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도 공급차질로 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머과이어는 특히 지난해 이상기후에 따른 수급 차질로 오름세를 타고 있는 식품가격에 주목했다. 대지진이 일본의 주요 농업지역을 강타한 데다 원전폭발로 방사능 공포가 불거져 일본 내 식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총 칼로리의 5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동북부 지역은 일본 전체 쌀 생산량의 20%를 책임져온 곳인 만큼 일본이 식품 수입을 늘리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머과이어는 "일본의 수입 식품 수요 급증으로 식품 인플레이션이 이미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지역의 각국 정부는 일본 사태가 자국 경제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지진 사태 이전부터 불거진 인플레 위협에 맞서 긴축행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호주 재무부는 최근 일본의 수요 증가가 철광석과 석탄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호주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상품시장 호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대만 정부도 지난달 30일 일본 사태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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