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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칼럼> 중국판 ‘블랙 스완(Black Swan: 黑鳥)’이 된 B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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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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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찬 중국 금융연구소 소장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블랙 스완'은 백조 캐릭터의 대립과 갈등 속에 완벽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이 진한 감동을 남겼다. '블랙 스완'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면 국제금융위기나 9·11테러와 같은 사건을 블랙 스완으로 볼 수 있다. 블랙 스완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이 나타나면 중국 경제는 휘청거릴 수 있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연평균 10%의 성장을 통해 세계 2위 경제대국, 세계 1위 제조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던 성공 비결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 덕분이라고 늘 주장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정부 관료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물리적·기술적 장애를 제거시키면서 경제를 운영했기에 가능했다. 낮은 금리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도로, 발전소, 교량 건설 등 인프라에 투자하고, 외국의 지적재산권을 정당한 수단이나 불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차용함으로써 발전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빗대 '대나무 자본주의(bamboo capitalism)'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 내 4300만개 기업 중에 90%가 민영기업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민영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국유기업의 4%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높다. 민간 기업 등록 수는 2000~2009년에 연평균 30%씩 증가해왔고, 철도와 도로가 새로 깔리면서 곳곳에 공장이 세워졌다. 전세계가 필요한 모든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24시간 생산체제도 구축됐다.

하지만 민영기업은 취약성도 갖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규제와 일관성 없는 법규로 관리정책에 쉽게 희생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를 중국에서는 '한쪽 열고, 한쪽 닫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등 법적인 틀을 제공하거나, 시장 자율적인 금융시스템 구축을 중국 정부는 싫어하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브랜드 육성이나 연구·개발(R&D) 투자가 어렵고, 손쉬운 인수·합병(M&A)과 해외 제품 베끼기에만 힘을 쏟게 되는 것이다.

중국 기업을 대표하는 첨단 전기자동차인 BYD가 바로 이러한 민영기업의 전형이다. BYD는 'build your dreams(꿈을 만든다)'의 3개 단어를 따서 이름을 지은 회사로 중국 첨단기술산업의 장밋빛 낙관론(혹은 과대선전)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휴대폰 배터리, 자동차, 태양광패널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크게 성공한 배터리 사업에 이어 전기자동차 사업도 2003년 영(零)에서 시작해 지난해에 50만대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판매를 기록했다. 2008년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더웨이 자회사가 BYD의 지분 10%를 2억32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불과 1년 만에 BYD의 주가는 무려 9배나 급등하기도 했다.

BYD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F3' 차종은 대당 6만 위안(9150 달러)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파워 윈도와 컵 홀더, 'iPod(아이팟)' 홀더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자동차로서, 시운전에 들어가자 투자자들은 BYD 주식을 앞다투어 매수했다.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F3는 디자인 무단 카피로 지적재산권 문제가 불어졌고, 기술 및 배기가스와 관련된 과장광고, 도요타와 혼다의 차량설계 카피 의혹까지 불거지자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 출시계획이 수차례 연기됐다. 중국 소비자도 소음과 함께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BYD 차량보다는 경쟁회사의 저가이면서도 모던한 풍의 새로운 차종으로 눈을 돌리자 F3는 갑자기 구형 모델이 되고 말았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BYD가 서안시의 공장용지를 불법취득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고, 지난해 52만대를 판매 숫자에도 대리점에 떠넘긴 물량이 포함돼 있어 재고물량은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휘발유 가격 상승과 더불어 부품 가격도 함께 올랐고,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들이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속속 자동차 보유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판매대수는 42만5000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BYD 회장인 왕추안푸(王伝福)의 빗나간 계산도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저출력의 휴대폰용 배터리 기술과 대용량의 자동차용 배터리는 전혀 이질적인 기술인데도 무리하게 개발을 진행시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태양광 패널부문과 에너지절약형 전자제품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월 18일 주력차종의 가격을 20%나 인하하자 펀드매니저들은 BYD 전기자동차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BYD의 주가는 2009년 88HKD를 고점으로 줄곧 하락해 자금은 3분의 1 가격인 29.3HKD까지 폭락했다.

2년 전에 BYD는 중국에서 전도가 양양한 미래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중국 기업처럼 기술적인 문제에 봉착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중국 기업들은 손쉬운 해외 기업 M&A나 카피만으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혁신(innovation)'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성장동력이 떨어져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적재산권 보호, 새로운 대출시스템의 정비, 시장개방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밖에 도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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