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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명박 대통령 제63차 라디오·인터넷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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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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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금년에는 철이 조금 늦었습니다만 지금 꽃이 활짝 피어서 요즘 봄나들이하기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들이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해서, 또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바깥에 선뜻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선진국들을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중증장애인들도 외출을 자주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선진국들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택시를 특별히 제작해서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제가 시장이 되어서 가장 먼저 장애인 콜택시를 도입했었습니다. 그때 이 택시를 타고 판문점에 다녀왔다는 한 장애인은 ‘평생 못 가볼 곳을 다녀와서 정말 행복했다’고 저에게 전해왔습니다.
 
 장애인들의 생활안정을 돕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정부는 작년 7월 중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동안 장애수당을 받지 못했던 분들 중에 8만여명이 새롭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월부터는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확대해서 간호와 목욕을 돕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지원대상도 3만명에서 5만명으로 대폭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서 예산도 40% 이상 늘어났습니다.
 
 중증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을 위해서 돌보미 파견 서비스도 작년 약 700가구에서 올해는 2500가구로 확대되었습니다. 장애인지원 예산 총액은 3조1674억원으로 작년보다 8% 가량 늘었습니다.
 
 저는 자립의지가 있고 일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장애인들은 땀흘려 일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꼈고, 가족이나 이웃들과도 더욱 친밀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50인 이상 민간기업은 2.3%, 정부와 공공기관은 3% 이상입니다. 빙그레, 국민연금공단처럼 장애인 고용을 앞장서 실천하는 기업과 공공기관도 있습니다. 50인 이상 민간기업들의 평균 장애인고용률은 아직도 법정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민간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의무고용률을 못 채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사업주는 대신 고용부담금을 내야 하지마는, 이러한 제도 이전에 의식과 문화가 바뀌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작년 초 근로자 대다수가 장애인인 사회적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모자를 만드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손길이 정말 꼼꼼하고 성실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 하자가 없는 모자였는데, 장애인 근로자분이 불량품 판정을 내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 물었더니 ‘이 부분의 색이 조금 다르다’는 답을 해왔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냈습니다. 일본에서 온 바이어도 그렇게 꼼꼼한 품질관리에 크게 만족해서 많은 모자를 수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이후 청와대에서도 그 사회적기업에서 모자를 구매했었습니다. 제가 다녀와서가 아니라, 그 품질에 믿음이 갔기 때문입니다. 저는 업종과 직무에 따라서 장애인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근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근로자 상당수가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도, 그리고 책임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반기업들도 단지 장애인고용률을 준수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나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009년 4월 방문했던 홀트 일산요양원을 잊지 못합니다. 그 곳에서 중증 발달장애 아동들의 합창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노래 한 곡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정성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듣는 이들에게도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이들을 격려하러 간 자리에서 제가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겪고 있는 이흥렬 시인은 발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려 300여편이 넘는 시를 써오고 있습니다.
 
 ‘마음마다
 창을 달아두자,
 날마다 찾아드는
 새 바람 같은 생(生)을
 선사할만한
 그런 마음의 창을.’
 
 ‘어떤 의미’라는 시의 한 귀절입니다.
 
 저는 장애인을 위한 어떠한 제도와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창’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이나 정책으로 할 수 있는 노력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나 벽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런 노력이 장애인의 날뿐 아니라 항상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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