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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3의 길을 묻다] 자살·범죄·이혼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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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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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난해 9월 19일 부산. 하루에만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숨진 이모씨(36)는 주식투자로 인한 부채 때문에, 김모씨(55)는 각종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했다. 장모씨(29)도 그해 2월 실직 후 일용직 노동일을 전전하다 일거리가 없자 목을 맸다.

#지난 1월 13일 새벽 한 지하철 역 앞. 무가지 60부짜리 한 뭉치를 훔친 남루한 행색의 김모씨(67)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간암 투병에 따른 약값을 벌 심산이었지만 이를 고물상에 팔아 받는 돈은 2000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전주에 사는 윤모(20)군도 등록금과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도둑질을 했다. 훔진 물건 중에는 점퍼, 영어 참고서 등이 있었다.

오랜 경기침체가 '가계 좌절'의 시대로 귀결되고 있다.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 고공행진을 잇는 부동산 가격과 사교육비, 각종 부채들과 실업 등으로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조상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커지면서 이것이 각종 사회병리현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자살사망자 수는 모두 1만5413명으로 하루 평균 42.2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34분에 1명꼴로 자살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0년대 들어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10년전인 1999년에 비해 무려 107.5% 늘어났다. 15세 이상 인구 3만7000명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자살 충동을 느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38.8%)'을 꼽았다.

특히 10대 자살 비율은 전년대비 40.7%로 가장 높았으며 30~39세(26.9%), 40~49세(15.5%), 20~29세(12.2%) 순이었다. 20~49세는 생산활동이 가장 뛰어난 연령대다.

단순 절도와 보험사기 등 이른바 '장발장 범죄'로 불리는 생계형 경제사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절도 범죄는 2006년 200만4300건에서 2007년 196만6000건 정도로 다소 줄었다. 반면 증감률은 2005년 23.4%에서 다음해 -0.2% 소폭 낮아졌다가 2007년 11.4%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증가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 사기는 지난해 적발된 인원만 5만4994명으로 2007년 3만922명보다 77.8% 늘었다. 이 인원은 2008년 4만1019명, 2009년 5만4268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밖에도 지난 2009년 이혼건수는 12만4000건을 기록해 전년보다 6.4%(7500건)가 증가했다. 이혼증가율은 카드대란 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 15.0%로 대폭 상승한 바 있으며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에도 증가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경제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소득 감소, 실업 증가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빈곤·파산·부도 등 한계선상에 있던 사람들이 자살과 이혼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전년보다 1.7%포인트 하락하며 36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빚도 800조에 달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자본시장이 커지고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형성되면서 취업과 부채, 낮은 소득 등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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