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일본 대표 선사의 오너가 한국인 권혁이라는 점이다. 이력만큼이나 굴곡진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1969년 대구에서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한 권혁은 1974년 연세대 상경대를 졸업하고 고려해운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해운과 인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고려해운에서 단조로운 업무에 싫증을 느끼고 1979년 현대종합상사에 지원한다. 입사 후 현대차 수송부에서 선적 업무를 담당했다. 권 회장은 이 무렵부터 선박의 투자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1988년 1월부터 현대자동차 일본 도쿄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비록 1년 반 만에 도쿄지사가 폐쇄되면서 그도 일본을 떠났지만, 그때 맺은 인연이 시도상선 설립의 든든한 지원군 역학을 톡톡히 했다.
권혁은 마침내 1990년 7월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도쿄지사 시절 친분을 쌓아온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를 찾아 간다. 이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권 회장은 1993년 일본 도쿄에 시도상선을 설립한다.
마루베니의 지원과 사실상 제로 금리인 일본 엔화 자금 ‘엔케리 선박투자금’에 힘입어 시도상선은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업영역도 자동차운반선에서 출발해 벌크선, 탱커 등으로 넓어졌다.
권 회장은 이후 2005년 법인을 일본에서 홍콩으로 옮긴 뒤 ‘시도시핑HK’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홍콩은 개인소득세만 부과하기 때문에 많은 해운사들이 운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홍콩으로 법인을 옮겼다.
한때 보유 선박이 300척에 이를 때도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시황이 나빠지자 선박을 처분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시도상선이 현재 보유한 선박은 160척이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160여 척과 비슷한 규모.
권혁 회장은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국적선사로 등록해 본격적인 영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해운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국내에서 불태우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검찰과 국세청 조사로 권 회장의 마지막 도전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500척의 규모의 선대를 꾸리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선박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