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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국적기업 고용 추이(백만명·누적인원/출처:월스트리트저널) *파랑-미국, 초록-해외 |
미 상무부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 캐터필러, 마이크로소프트(MS), 월마트 등 미국의 주요 다국적기업들은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290만명을 감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해외에서는 240만명을 충원했다.
1990년대 미국 내에서 440만명을 새로 고용하고, 해외에서는 270만명을 신규 충원한 데 비하면 상당한 반전이다.
더욱이 이들은 경기침체가 절정에 달하며 매출과 자본지출이 급격히 줄었던 2009년 미국 내 인력의 5.3%(120만명)를 감원한 반면 해외에서는 전체 인력의 1.5%(10만명)를 줄이는 데 그쳤다.
WSJ는 다국적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로 미국의 중산층을 지지해 온 만큼, 실업률이 높고 임금 상승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들이 해외 고용에만 집중하는 것은 미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친기업 성향의 전문가들은 상무부의 자료를 근거로 미국이 다국적기업의 투자 및 고용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튜 슬로터 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1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1명을 고용하면 미국에서는 2명을 채용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국적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은 미국 민간부문 생산의 23%, 수출의 48%를 전담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다국적기업을 미 경제의 위험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에 빗대며, 반기업적인 세제와 낙후된 기반시설, 부실한 교육제도, 전문직 이민 장벽 등이 다국적기업들 사이에 미국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기업들도 미국 내 논란을 의식해 해외 인력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해외인력 규모를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킴벌리 피네다 오라클 기업PR 부문 이사는 "향후 고용 계획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짐 더건 캐터필러 대변인은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외 인력 규모도 증가했다"면서도 "연구개발(R&D) 부문은 여전히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집중돼 있으며, 올해 투자할 30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 미국 내 공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캐터필러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내에서는 3400명(7.8%)을 충원한 데 비해 해외에서는 1만59900명(39%)을 새로 고용했다.
이처럼 해외 사업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미 다국적기업들의 해외 고용 증가세는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GE의 경우, 2000년 30%에 불과했던 해외사업 비중은 현재 46%로 확대됐고, 해외 인력 비중은 46%에서 54% 늘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최근 "우리가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지로 향하는 것은 저렴한 노동력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진출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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