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스트로스 칸 전 총재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머무를 것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브리스톨플라자 아파트에는 한때 2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소개했다.
20일 아침 일찍부터 수십명의 미국, 프랑스 기자들이 뉴욕시의 리커스 아일랜드 감옥에서 나올 스트로스 칸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취재진은 늘어갔다. 일본 언론까지 취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취재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취재 경쟁에 가세했다.
브리스톨 플라자 아파트 근처에 사는 한 이탈리아 여성은 취재진들이 몰려든 장면을 찍기 위해 미용실 예약을 취소했고 뉴욕으로 휴가를 온 3명의 프랑스 여성들도 아파트 입구 근처를 배회하며 휴가 마지막 날을 보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유모들도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취재 대열에 합류했다.
경찰은 인파가 몰리자 취재진들을 쫓아내고 취재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바리케이드도 쳤다.
브리스틀 플라자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고 각 층마다 발코니가 있다. 자연 그대로의 자갈 드라이브웨이와 거주자들이 차를 타기 위해 걸어갈 때 골프 우산을 씌워주는 문지기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브리스톨 플라자는 유명인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입주자들에 따르면 O. J. 심슨, 한때 부부였던 안드레 아가시와 브룩 실즈 등이 살았다고 한다.
서쪽으로 한 블록을 가면 금융사기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버나드 메이도프가 가택 연금된 펜트하우스도 있다.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은 이날 오후 2시께 스트로스 칸이 브리스톨 플라자에 머물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돌자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고 스트로스 칸도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스트로스 칸의 연금 장소 변경과 관련, 브리스톨 플라자의 총지배인 힐러리 제임스는 스트로스 칸 등 그의 가족과의 협상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지만 취재진들의 운집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느낄 입주자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바뀐 연금 장소에도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브리스톨 플라자 입주에 실패한 스트로스 칸은 옛 세계무역센터와 월스트리트 사이 브로드웨이에 있는 맨해튼 유명 타워의 아파트에 임시로 연금됐다.
AFP는 아파트 주변에 미국과 프랑스의 취재진 수십명이 몰려 있고 관광 가이드들이 이곳을 지날 때 "이 빌딩이 스트로스 칸 IMF 전 총재가 연금된 곳"이라고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등 스트로스 칸의 연금 장소가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목격자의 말을 빌어 임시 연금 장소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라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스트로스 칸의 다음 연금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현재 연금돼 있는 곳의 한달 임대료는 20만 달러(2억2000만 원 상당)로 스트로스 칸이 지불해야 한다고 검찰이 밝혔다.
무장 경비원과 비디오 카메라 등을 통해 24시간 감시를 받는 스트로스 칸은 새로운 연금 장소를 구할 때까지 이곳에 머무르면서 재판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스트로스 칸 측은 검찰의 기소 대응 전략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피해 여성과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트로스-칸의 부인 앤 싱클레어는 피해 여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사설 조사원들도 고용했다.
한편, WSJ는 미국 검찰이 신고되지 않은 스트로스 칸의 잠재적 범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트로스 칸은 성폭행과 강간 기도, 성적 학대 등을 포함한 1급 중범죄 등 7건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스트로스 칸에 대한 다음 심리는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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